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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Sep 21. 2015

잭 니클라우스의 위대한 Concede

1969년 라이더컵 파이널 게임 이야기  


# 1 라이더컵이란?


미국과 유럽의 남자프로골퍼들이 팀을 이뤄 격년제로 개최되는 대항전으로서 미국과 유럽의 최고 랭킹을 자랑하는 베스트 12명이 팀 대항으로 3일간 경기를 펼친다. 세계 정상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만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이다.  

라이더컵은 1926년에 브리티시오픈 전에 미국과 영국 선수들이 친선경기를 한 것에서 유래되었으며 대회명칭은 영국인 사업가 새뮤얼 라이더가 순금제 트로피를 기증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1979년부터는 미국과 영국만의 경기에서 미국 대 유럽에 거주하는 모든 프로 골퍼로 확대되었다.

친선경기이니만치 트로피 외에 다른 상금은 없다.

역대 대회 중 무승부는 딱 두 번 1969년과 1989년에서였다.


# 2  승부사 잭 니클라우스


잭은 평소 독특한 매치플레이 경기 운영법을 갖고 있었다.

즉 초반홀에서는 상대방의 퍼팅에 대해 관대한 concede(굳이 퍼팅을 하지 않아도 hole in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것)를 준다. 상대방은 잭의 관대한 concede로 인해 퍼팅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중 후반부 중요한 승부처에 가서는 concede를 주지 않고 ‘퍼팅으로 직접 hole in하라’고 주문한다. 지금까지 손쉽게 진행했던 상대방은 당황하게 되어 짧은 거리 퍼팅도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잭은 이처럼 아주 냉혹한 승부사였다.


# 3  1969년 라이더컵 파이널


1969년도의 라이더컵 대회가 잉글랜드의 로얄버크 데일 골프 클럽에서 열렸다.

친구인 잭 니클라우스와 토니 재클린은 마지막 매치 게임으로, 라이더컵 대회 사상 가장 흥미로운 경기의 최종 홀에서 마무리 퍼팅을 남겨 놓고 있었다.

잭 니클라우스가 긴 파 퍼팅을 성공시켰을 때, 토니 재클린의 볼은 홀에서 약 120㎝센티를 남겨 놓고 있었다.

만일 재클린의 퍼팅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미국팀이 승리하게 되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잭 니클라우스는 재클린으로 하여금 엄청난 프레스를 받는 퍼팅을 하게 놔두지 않았다. 

즉 잭은 재클린이 퍼팅할 공을 집은 다음 재클린에게 OK를 주었다(concede). 

매치 플레이에서는 상대방 선수가 퍼팅을 하기 전에 들어 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잭클린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퍼팅이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에게 실패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네.”

이 concede로 인해 경기는 16대 16으로 비기게 되었고, 이는 라이더컵 사상 최초의 무승부였다. 

놀라운 것은 당시 잭 니클라우스의 나이는 29세.


특별한 우정에서 우러 나온 니클라우스의 이런 행동에 대하여 전세계로부터 많은 찬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니클라우스의 행동에 대하여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프랭크 비어드는 자신의 저서에서 그 당시 동료들은 니클라우스의 갑작스런 행동에 대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었다고 회고하였다.


# 4  컨세션 골프클럽


2004년, 잭 니클라우스와 토니 재클린은 자신들의 1969년 에피소드를 기념하는 골프코스를 디자인한다. 그것이 바로 플로리다의 사라토사란 곳에 있는 컨세션 골프코스. 

아래 홈페이지를 클릭해 보면 잭과 토니의 정겨운 사진을 볼 수 있다. 

http://theconcession.com/  

1969년의 concede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그 골프코스는 2006년 골프다이제스트에서 주관한 “America’s Best New Private Course’에 1위로 선정되었다.


# 5  2012년 라이더컵 마지막 홀에서의 풍경


10월 1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시카고의 메디나CC에서 막을 내린 제39회 라이더컵은 최종매치 최종홀에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주인공은 타이거 우즈(미국)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우즈가 17번홀까지 1홀차로 앞선 후 마지막 홀 티샷을 하고 나갈 즈음 18번홀 그린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유럽팀의 마르틴 카이머(독일)가 미국팀의 스티브 스트리커를 제압하고 유럽팀이 승점14(미국은 13)로 우승트로피를 도로 가져가게 된 것. 라이더컵은 승점이 같을 경우 무승부로 처리되지만, 우승 트로피는 전 대회 우승팀이 보유하게끔 돼있다. 

우즈는 실망스러웠다. 자신이 이겨도 승점이 14-14가 돼 트로피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

당시 우즈와 몰리나리는 약 90㎝거리의 파퍼트를 남겼다. 우즈가 조금 멀어 먼저 칠 차례였다. 이 때 우즈와 미국팀 단장 데이비스 러브3세는 몰리나리나 유럽팀 단장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이 concede를 선언할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concede는 나오지 않았다.

우즈는 짧은 파퍼트를 서둘러 쳤는데, 볼은 홀을 스쳐 보기를 범했다. 몰리나리는 파퍼트를 넣어 그 홀을 따냈다. 결국 둘은 무승부(올 스퀘어)로 0.5점씩 나눠가졌다. 하지만 승부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유럽이 0.5점을 더 보태 14.5-13.5로 확실하게 미국팀을 이긴 것 말고는 상황변화는 없었다.

우즈와 러브3세는 “어차피 우승컵의 향방이 결정된 마당에 그렇게 컨시드 선언에 인색할 줄은 몰랐다. 당시 상황에서 양팀 모두 컨시드를 줬으면 승점은 14-14가 돼 우리팀도 자존심을 세울 수 있지 않았겠느냐. ”라며 볼멘 소리를 했다.

관련기사전문

http://www.ajunews.com/common/redirect.jsp?newsId=20121001000333


# 6 2015년 미국과 유럽의 솔하임컵 대회에서의 논란


지난 20일 오전 열린 포볼(두 명씩 한 팀을 이뤄 경기하면서 각자 플레이를 해 가장 좋은 결과를 팀 성적으로 채택하는 방식) 게임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의 앨리슨 리-브리타니 린시컴 조는 유럽의 페테르센-찰리 헐(잉글랜드)과의 경기에서 1홀 뒤진채 17번홀에서 승리 기회를 맞았다. 앨리슨 리의 4m 가량 되는 버디 퍼트가 들어가면 홀을 이길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앨리슨 리는 성공하지 못했고, 공은 홀을 지나 약 50㎝ 지점에 멈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퍼트 실패 직후 페테르센과 헐이 곧장 그린을 가로질러 이동했고, 앨리슨 리는 당연히 컨시드를 받았다고 여겨 그대로 공을 집어들었다. 이를 본 페테르센과 헐은 “컨시드 없이 공을 집어들면 벌타”라고 주장했고, 결국 앨리슨-브리타니 조는 여기서 벌타를 받고 경기를 2다운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 홀에서 비겼다면 이들은 마지막 18번홀에서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골프규칙에 따르면 ‘선수가 컨시드 사인 없이 공을 집어 든 경우, 상대로부터 컨시드를 연상케할 만한 액션이나 말이 있었다면 최대한 그 비슷한 자리에 공을 놓고 치면 된다. 다만 상대가 어떤 사인도 하지 않은 경우엔 벌타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재미교포 앨리슨 리는 상대가 곧장 다음 홀로 이동하는 것으로 여겨 컨시드라고 판단했지만, 페테르센은 뒤돌아서서 앨리슨의 다음 플레이를 문제삼았다. 정상적이라면 페테르센 조는 컨시드를 주거나, 아닐 경우 이동하지 않고 계속 플레이를 지켜봐야 했다.


http://m.sports.naver.com/golf/news/read.nhn?oid=144&aid=0000378061


# 7  결어


우린 때로 당초의 목적과 취지를 잊고 그 파편에 몰두할 때가 많다. 

라이더컵은 다른 상금이 걸린 경기와는 달리 원래 친선도모가 목적인 경기였다. 물론 승부는 경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승부를 통해 누군가 큰 상처를 받게 된다면 이는 라이더 컵의 본래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라이더컵의 목적에 충실한 잭 니클라우스의 ‘위대한 concede’가 더 크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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