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이 시작되자, 잭(환자)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해둘 게 있어요. 우리 집 위층에 사는 사람들이 매일 밤새도록 소란을 피워서, 내가 아주 미칠지경입니다."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괴상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하고 있았다. "짜증이 많이 나시겠네요." 내가 공감을 표하며 대답했다.
잭은 마치 나를 함정에 빠뜨려 통쾌하다는 듯 짖궂게 웃으며 말했다.
"아, 깜빡하고 말을 안했네요. 우리 집은 맨꼭대기에 있고 옥상으로 통하는 문도 없어요."
그는 능글맞은 웃음을 띠고 나를 바라보았다. 청중에게서 뭔가 반응을 원하는 희극배우 같은 익살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그래서요?'라고 대꾸하면 저항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더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하면 편집증적 망상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고.. 이런 얘긴 예전 4명의 의사들이 벌써했겠지.
나는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잭, 나는 당신 말을 믿어요."
이 말을 듣더니 잭은 한동안 꼼짝도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점시 후 놀랍게도 그는 야생고양이마냥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몇분이 흘러 울음이 잦아들고 나자, 그는 엄청난 짐을 들어낸 듯 더 가벼워진 모습으로 나를 다시 쳐다보며, 다 안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친 소리로 들렸죠, 그렇죠?"
그의 갑작스런 깨달음에 기뻐하며 우리는 함께 웃었고, 그는 회복을 향한 첫 발자국을 떼어 놓았다.
- '뱀의 뇌에게 말을 걸지 말라' 중 -
박사는 환자(잭)을 거울처럼 비춰주었다.
다른 의사들은 "이 약을 복용하셔야 합니다"라거나 "그건 다 망상이예요"라고 물었다.
이런 접근은 세상은 항상 정상이고 옳고, 잭은 항상 비정상이고 틀린 것임을 전제한 것이다.
하지만 박사가 그를 거울처럼 비춰주자, 잭은 외로운 느낌이 줄어들고 안심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고마움을 느꼈고 그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마음을 연 것이다.
이처럼 상대의 갈망을 거울처럼 반영해 반응을 보이며 공감하는 방법이 바로 미러링(mirrorin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