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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08. 2015

지위와 배경을 제거한 뒤에 남은 나만의 나력(裸力)

사마천 사기 관안열전 - 득의양양

#1

"이봐, 제품 불량률이 0.1% 올랐다고? 당장 내일 아침까지 개선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거래 중단이다!" S전자 구매부서 박 차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그의 말 한 마디에 거래처 직원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횡포가 아닌,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대 사회에서 '갑질'은 마치 전염병처럼 퍼져있다. 2023년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갑질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깊은 병폐를 드러내는 충격적인 수치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근원은 무엇일까?


#2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듯,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라는 거대한 캔버스를 채워간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안자와 마부의 이야기는 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안자(晏子)는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다. 그는 키가 여섯 자(약 140cm)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의 지혜와 겸손함은 제후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어느 날, 안자가 외출할 때 그의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남편을 엿보았다. 키가 여덟 자(약 185cm)나 되는 마부는 안자의 마차를 모는 자리에 앉아 의기양양해하며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마부가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그 이유를 묻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키가 작은 안자는 제나라 재상이 되어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자태를 보이는데, 당신은 남의 마부 주제에 그렇게 우쭐대니 말이에요." 이 말을 듣고 마부는 크게 반성하고 자신의 태도를 바꾸었다.


안자는 마부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그 이유를 물었다. 사연을 듣고 난 안자는 겸손해진 마부의 모습을 높이 평가해 그를 대부의 자리에 천거했다. 이는 단순히 마부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타인의 변화를 인정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할 줄 아는 안자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일화다.


#3

이 고사는 우리에게 '나력(裸力)'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나력이란 모든 지위와 배경을 벗어던진 후에도 남는 순수한 개인의 능력과 인격이다. 현대 사회에서 나력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직함은 내 존재의 본질을 정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진정한 리더십은 직함이나 권력이 아닌 개인의 본질에서 나온다.


나력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을 넘어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은 직급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탈권위' 문화를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나력 중심의 조직 문화가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4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나력을 키울 수 있을까? 첫째,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둘째,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셋째,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높은 곳에, 때로는 낮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지혜는 그 위치에 상관없이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제 당신에게 도전한다. 오늘 하루, 모든 직함과 지위를 내려놓고 순수한 '나'를 마주해보라. 그리고 주변 사람들, 특히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보라. 이러한 작은 실천이 모여 우리 사회를 더 겸손하고 존중받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변화는 항상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감내할 때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당신은 오늘,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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