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Nov 05. 2015

모파상의 "목걸이"와 부당이득

문학속의 법 이야기

마틸드는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문교부 하급관리의 아내라는 자신의 처지가 항상 못마땅했다.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스스로를 불행하게 생각하는 마틸드. 어느 날 남편은 문교부장관 내외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갖고 온다. 마틸드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정작 그녀는 화를 낸다. 화려한 파티에 입고 갈 옷이 없는데 무슨 파티냐 라며.


하는 수 없이 남편은 저축해두었던 400프랑으로 그녀의 드레스를 사는 데 쓴다. 드레스를 산 마틸드는 다시 괴로워한다. 드레스에 걸 맞는 액세서리가 없었기에. 


고민 끝에 마틸드는 친구인 돈 많은 마담 포레스티에로부터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렸다. 파티는 성대했고, 마틸드는 드레스와 목걸이 덕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들이 집에 돌아온 것은 새벽 4시. 마틸드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한 번 도취해 보려고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목에 있어야 할 목걸이가 없는 것이 아닌가. 


목걸이를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찾지 못한 그들은 결국 빌려온 목걸이와 똑같은 것을 찾아내어 무려 3만 6천 프랑을 주고 샀다. 그 돈은 남편의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다가 빚을 끌어들여서 마련한 것이다.


마틸드 부부가 그 빚을 모두 갚기까지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마틸드는 열심히 일해서 그 빚을 모두 갚았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마틸드는 포레스티에를 만나 그녀가 포레스티에의 목걸이를 대신 사주고 그 돈을 갚기 위해 10년간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듣자 마담 포레스티에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구, 미안해라. 그 때 것은 가짜였는데!"


조변호사, 새로운 전개를 상상하다


기 드 모파상의 1894년작 단편 『목걸이』는 극적인 반전과 인간의 허영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유명한 작품이다. 마틸드가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데서 불행은 시작된다. 허영을 메꾸기 위해 친구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리고, 그 목걸이를 잃어버려 10년의 세월을 고생하는 마틸드. 하지만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는 허탈한 반전을 통해 독자들은 탄식과 아울러 허영심에 대한 경계를 갖게 된다.



모파상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소설 초반부에서 마틸드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빚을 다 갚고 난 뒤 포레스티에게 자신은 기쁘다고 고백한다. 허영으로 똘똘 뭉쳤던 마틸드에게 어떤 내면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소설 끝부분의 기막힌 반전을 보며 법률가로서 자연스레 부당이득 법리를 떠올리게 된다. 

적어도 마담 포레스티에는 가짜 목걸이를 주고 진짜를 받았으니 문제가 있지 않을까?


마틸드를 만나고 돌아온 마담 포레스티에는 불안한 마음에 변호사를 찾는 장면을 상상해 보며 그 뒷이야기를 이렇게 새로이 전개시켜 본다(편의상 이하에서는 한국 민법에 따라 해석).


조변호사를 찾아온 마담 포레스티에


마담 포레스티에 : 변호사님, 제가 싸구려 목걸이를 빌려줬는데, 제 친구 마틸드가 그 목걸이를 잃어버린 후 3만 6천 프랑짜리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갔다 줬지 뭐예요? 전 그 목걸이를 그 친구에게 돌려 줘야 하나요?


조 변호사 : 흠, 흥미로운 일이네요. 부인께서 목걸이를 돌려받을 때 그 목걸이가 내 것이 아니라는, 그리고 진짜라는 사실을 알았나요?


마담 포레스티에 : 아뇨, 전혀 몰랐어요. 겉모습은 똑같았거든요. 얼마 전에 길에서 마틸드를 만났는데, 제가 바보같이 “내가 빌려준 목걸이는 가짜였는데…”라며 실토를 하고 말았어요. 마틸드는 그 목걸이 값을 치르느라 10년간 고생했다는군요. 꽤 고생한 거 같았어요. 제가 부당하게 좋은 목걸이를 받게 된 거잖아요. 제게 어떤 청구라도 할까봐 두려워요. 


조 변호사 : 마틸드로서는 아주 억울한 일이겠군요. 따지자면 부인께서는 부당이득을 한 셈입니다. 우리 민법에 보면 정당한 원인 없이 타인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합니다. 선의의 수익자는 받은 이익이 아직 남아 있는 범위에서 반환하면 되고, 악의의 수익자는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상대방에게 손해가 있으면 그 손해도 배상해야 합니다.


마담 포레스티에 : 아. 역시 반환해야 하는군요. 그런데 선의의 수익자, 악의의 수익자는 뭐죠?


조 변호사 : 법에서 ‘선의’는 ‘어떤 사실을 몰랐다’는 의미입니다. 즉 부인께서 돌려받은 목걸이가 진짜 목걸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부인은 선의인 겁니다.


마담 포레스티에 : 네, 전 진짜 몰랐어요.


조 변호사 : 그럼 부인은 선의의 수익자이니까, 10년 전에 목걸이를 받았을 때보다는 그 가치가 떨어졌지만 그 감가상각을 따지지 않고 그냥 현재 있는 상태대로 돌려주시면 됩니다.


마담 포레스티에 : …….


조 변호사 : 잠깐, 친구 분이 그 목걸이를 돌려주신 것이 10년 전이라고 하셨죠? 정확히 날짜가 기억납니까?


마담 포레스티에 : 3월의 어느 날이었어요.


조 변호사 : 아, 그럼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담 포레스티에 : 왜 그렇죠?


조 변호사 : 부당이득 반환청구권도 채권이므로 소멸시효에 걸립니다. 즉, 권리자는 10년 내에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해야 하는데, 따져보니 마틸드가 부인께 목걸이를 돌려준 때로부터 10년이 넘었군요. 벌써 11월이잖습니까. 10년하고도 8개월이 지났으니 마틸드가 부인께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하더라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더 아름다운 결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에 안심이 된 마담 포레스티에. 밤새 뒤척이다가 결심을 하고 다음날 마틸드를 찾아갔다. 마틸드는 고생한 흔적이 얼굴에 역력하다. 마담 포레스티에는 작은 보석상자를 마틸드에게 건넨다.


“이게 뭐야?”

“응, 네가 줬던 그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야.”


마틸드는 보석상자를 열었다. 여전히 고귀한 광채를 띠고 있다. 


‘10년만이구나….’

“아니 이걸 왜 내게….”




마틸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마담 포레스티에에게 말한다.


“네 거잖아. 그리고 넌 이걸 가질 자격이 있어.

내가 빌려줬던 가짜 목걸이가 아니라 진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네가 해야 해.”


 
마틸드는 지나 온 10년의 세월이 머릿속으로 스쳐갔다. 단지 보석이라서, 단지 예뻐서가 아니라, 지난 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살도록 지탱해준 것이기에 그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다정히 손을 꼭 잡았다. 적어도 이들 사이에는 부당이득반환이라는 딱딱한 법적 주장이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