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비즈니스 인사이트
후배 K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IT 기반 00 시스템을 런칭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았다.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 P.
P는 나이는 젊었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상당했고, 그 재산을 근거로 다양한 투자활동을 하고 싶어했기에 K로서는 적절한 파트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몇 차례 IR을 거쳐 P는 K의 회사에 투자함과 동시에 사내이사로서의 지위도 갖게 됐다(이는 투자자인 P가 강력히 원해서였다). 그런데 P는 어려서부터 부족함이 없이 자라온지라 치열한 경영현장에서 K와 호흡을 맞추기에는 그 역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더욱이 아주 치밀한 계산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협상자리에서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협상을 결렬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제휴도 자신의 비위에 맞으면 무리하게 진행해서 회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때 제가 P로부터 돈만 받는 것이 맞았습니다. 역량이 안되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미처 몰랐습니다.”
누구를 탓하리오. 그 선택을 한 것은 후배 K 본인인 것을.
사마천 사기에도 내 후배와 같은 한탄을 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항우의 일급참모이자 멘토였던 ‘범증(范增)’이다.
‘어린 자식과는 더불어 일을 꾀할 수 없다.’는 뜻으로,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과는 큰일을 도모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같이 일을 하다가 상대가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제 주장만 내세워 일을 망치거나 했을 때 쓰는 표현이 되었다.
豎(수)는 ‘더벅머리, 내시, 천하다’의 의미.
이것은 화가 난 범증이 항우를 보고 한 소리였는데 같이 일을 하다가 상대가 시킨 대로 하지 않고 제 주장만 내세워 일을 망치거나 했을 때 흔히 쓰는 문자다.
유방이 진(秦)을 멸망시키고 수도 함양에 먼저 입성하자 항우는 크게 노해 모사 범증과 함께 유방을 물리칠 계획을 세웠다.
범증은 홍문에서의 술잔치(홍문연 ; 鴻門宴)를 벌이는 척 하면서 유방을 죽이기로 모의했다. 당시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을 죽여 없애지 않는 한 천하는 누구의 것이 될지 모르니 오늘 밤 반드시 유방을 죽여야 합니다’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이 계략을 사전에 알게 된 유방은 백여 기를 이끌고 홍문까지 와서 항우에게 사죄하였다.
이날 술자리에서 범증은 유방을 죽이라고 허리에 차고 있는 구슬을 들어 세 번이나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항우로서는 유방이 겸손한 자세로 나오자 죽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시의 항우의 군사는 40만이었고 유방의 군사는 10만이었다. 따라서 항우는 유방을 만만하게 본 것이리라.
범증은 칼춤을 추며 패공을 죽이려 했으나 패공의 장수 樊噲(번쾌)가 맞대응을 하는 바람에 죽일 수가 없었다.
패공은 술을 핑계로 도중에 자리를 뜨며 구슬 한 쌍을 항우에게 바치고, 옥으로 만든 술잔 한 쌍을 범증에게 선물로 주었다.
항우는 구슬을 받아 자리에 놓았다. 그러나 범증은 잔을 받아 땅에 놓더니 칼을 뽑아 쳐 깨뜨리며“에잇! 어린것과는 일을 같이 할 수 없다. 항왕(항우)의 천하를 빼앗을 사람은 반드시 패공(유방)이다. 우리 무리들은 이제 그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라고 했다 한다.
- 사마천 사기 항우본기 중-
항우는 대업을 이루기에는 너무 자신만만했고 신중하지 못했던 것이다.
범증은 바로 이 점을 한탄했다.
논어 자한편(제29장)에 나오는 말이다.
풀이해 보자면 이렇다.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에서 혼자서 일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같이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능력이다.
이루고 싶은 욕심만 있을 뿐 이를 현실화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거나 자만에 빠진 사람과 일을 도모하면 범증과 같은 후회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