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장은 내게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부장은 김이사 라인이었는데, 김이사 반대파인 박이사는 자신의 우호세력들을 모아서 끊임없이 대표이사에게 김이사 및 김이사 라인들에 대한 흠집 잡기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대표님의 태도입니다. 박이사측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분명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도 박이사측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는 것을 보면 참...”
나는 이 부장에게 고사 삼인성호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전국시대 위(魏)나라는 조(趙)나라에 태자와 그의 수행원으로서 중신 방총(龐蔥)을 볼모로 보내게 되었다. 방총은 조나라로 떠나기 전에 왕을 알현하고 아뢰었다.
"전하,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방총은 다시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믿으시겠냐고 물었다. 여전히 왕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만약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왕은 그때는 믿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방총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부시지무호명의 연이삼인언이성호(夫市之無虎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라고 하였다.
방총은 자신이 멀리 조나라로 떠난 이후 자신을 거짓으로 비방하는 자가 있을 것을 염려하여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이에 왕은 어떤 비방도 스스로 보고 듣지 않은 이상 결코 믿지 않을 것이라 대답했다.
그러나 태자와 방총이 조나라로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총을 비방하는 자들이 나타났고 왕은 방총을 의심하게 되었다. 결국 몇 년 후 태자는 위나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왕의 의심을 받은 방총은 귀국하지 못하였다.
- 한비자 내저설, 전국책, 사기 -
이후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아무리 근거 없는 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또는 여러 번 듣게 되면 곧이 듣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세 명이서 입을 맞추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낼 판이다. 하물며 서로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되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계속 동일한 취지의 이야기를 대표이사에게 해 댄다면, 대표이사로서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