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Oct 11. 2015

변해야 산다(궁즉변) - 주역의 가르침

어릴 때 집안 아재가 했던 말.


"궁즉통이란 말이 있어. 궁해지면 결국 통한다, 해결된다는 이야기야!"


전 그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습니다. 궁해진다고 무조건 통하고 해결된다고?


나이가 들어 이 말이 주역(周易) 계사전 하편 제2장에 나오는 말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 원문은 이러합니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이 문장의 해석은 일반적으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간다"라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저는 "궁하면 변하고"를 "궁하면 변해야 하고"로 읽는 것이 더 옳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궁한다고 '자동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고, 궁한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변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이 말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1) 궁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변해야만이' 통할 수 있다는 점

2) 사람은 쉽게 변하지 못하고, 오히려 궁한 상황이 되어야만 변화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3) 결국 궁한 상황은 내가 하기에 따라서는 새로운 변화(발전된 변화)를 불러오는 또 하나의 계기라는 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조금 더 찾아보려고 남회근 선생의 '주역 계사전 강의'라는 주석서를 보았습니다. 


위 문장은 "易,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是以自天祐之, 吉无不利"의 일부분이었고, 전체의 뜻은 "역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 이 때문에 하늘이 도우니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주역에 나오는 이 부분은, 


1) 만물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적응해 간다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으며, 


2) 따라서 우리 인간들도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서, 어떤 단계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변화를 시도해야 만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 부분은 마치 잘 적응하는 개체가 진화 과정에 살아 남는다'는 다윈의 이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시 말해, '궁즉변'은 '궁하면(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면) 변하기 마련'
이라는 자연 현상, 즉 존재(Sein)와, 

따라서 우리도 어느 정도 상황이 고착화될 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당위(Sollen),
이 두가지를 다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제 짧은 견해입니다.

문득 어느 책에서 본 대목이 생각납니다.


"1등 리더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미리 알아 사람들을 이끌어 변화하게 하므로 영원히 변화의 선두에 서게 된다.

 2등 리더는 상황이 변하면 자신도 따라 변한다.

 3등 리더는 남들이 변한 다음에도 원래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불평만 늘어 놓는다. 이보쇼, 그렇게 빨리 변하면 어떡하오? 난 아직 준비도 안됐소."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변해야 만이 '自天祐之, 吉无不利', 즉 하늘도 돕고 길할 뿐만 아니라 불리하지도 않게 된다는 점.


이것이 바로 Book of Change, 易經(역경)의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비불명(不飛不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