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포상휴가를 보내줘서 직장 동료들과 미국 여행을 가게 된 김과장. 남들이 다 간다는 나이아가라 폭포 관람 역시 관광 코스에 포함되어 있었다. 김과장은 폭포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입구 기념품점에 들러 아들에게 줄 기념품을 고르다 폭포 그림이 멋지게 인쇄된 미니어처를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이쁘긴 하지만 다소 조잡하게 보이는 미니어처라서 10달러 정도면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표시된 가격은 20달러다.
김과장은 ‘그래? 좋아. 그럼 난 10달러를 주장하면서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최대한 싸게 사야지!’라고 다짐한다.
과연 이 경우를 협상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가격’의 ‘흥정’(Bargaining)이라는 부분이 개입되므로 넓은 의미의 협상 범주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관계의 지속성이 ‘장기’가 아닌 1회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협상에 관한 다양한 이론이 개입될 필요성보다는 어떻게든 각자의 이익에 부합되게 행동하면 되는 상황이다.
김과장은 최대한 싸게, 기념품 주인은 최대한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지,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앞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통 협상가들이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협상상황’은 어느 정도 ‘장기적인 관계’를 전제한다.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내가 요행히 상대방을 적절히 구워 삶아 나에게 유리한 거래를 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은 다음 번에 내게 ‘복수’를 하려 들 것이다.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상대방에게 불쾌한 마음이 들게 하면, 다음번 거래시에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가며 협상에 대한 이론과 기술을 배우려는 이유는, 장기적인 거래 관계에서 ‘내 이익을 고려하면서도 상대방과 웃으며 끝낼 수 있는 협상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어찌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념품점 주인은 단 1회성 거래로 관계가 끝나는 김과장을 대할 때는 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기념품을 계속 공급해주는 기념품 제작업자와는 장기적인 관계이므로, 서로의 입장을 고려한 다양한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협상은 장기적 관계에서 필요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여러분을 둘러싸고 있는 장기적 관계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족, 직장 동료나 상사, 오랜 거래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