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풀이 죽어 있는 그 친구를 볼 때면 토끼는 마음이 아팠다.
매력적인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재주도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우직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친구 거북이인데...
더욱이 작년에 토끼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혼신을 다해 장례 행사를 도와준 친구.
토끼는 그에게 뭔가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그 친구가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을 연출해 주고 싶었다. 방법이 없을까?
토끼는 고민 끝에 엉뚱한 일을 벌이기로 했다.
숲속에 소문을 냈다.
그 소식을 들은 숲속 친구들은 다들 재밌다고 킬킬거렸다.
“재미는 있겠다. 네가 눈감고 달려도 거북이보단 빠르겠다.”
“하여튼 이번 주 일요일 아침 10시 물레방앗간에서 출발해서 뒷산 정상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시합할거야. 다들 뒷산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어.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친구들은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너,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거야? 이미 소문을 다 내버려서 내가 포기할 수도 없잖아? 넌 항상 이렇게 제멋대로니?”
“한번 해 보자구. 대신 네가 먼저 출발해. 나는 중간쯤에서 쉬다가 쉬엄쉬엄 갈 테니. 아마 그럼 거의 비슷한 속도가 될 걸? 그냥 재미로 해 보자구!”
거북이는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소문이 난 마당에 못하겠다고 물러나는 건 더 싫었다.
드디어 시합날.
여러 친구들이 출발지점인 물레방앗간 주변에서 서성였다.
사슴의 출발신호에 맞춰 토끼와 거북이는 달리기 시작했다. 거북이는 달린다기 보다는 엉금엉금 기어갔지만.
한참을 달려가던 토끼는 중간지점에서 풀숲에 벌러덩 누우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여기서 좀 쉬었다 가야지.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어?”
그리고는 누워서 코까지 골면서 자는 척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거북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앞만 보고 묵묵히 그 옆을 지나갔다. 토끼는 실눈을 뜨며 거북이를 지켜봤다.
속으로 외쳤다.
숲속 친구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려고 뒷산으로 모여둘었다, 토끼가 먼저 결승점에 올라오면 낑낑 거리며 뒤따라 올라오는 거북이를 같이 놀려주려는 생각으로.
그런데 이게 웬일?
정상에 있던 친구들은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친구들 앞에 모습을 먼저 드러낸 것은 토끼가 아닌 거북이. 거북이는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그 때 저 멀리에서 토끼가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다.
여우가 말했다.
“저런! 아까 보니 토끼 저 녀석, 풀숲에서 자고 있던데. 이제야 잠이 깬 모양이네”
뱀이 말했다.
“시합을 하자고 해놓고 저렇게 중간에서 자면 안 되지. 저건 거북이를 무시한 행동이야. 하지만 거북이를 봐봐. 분명 자기가 불리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잖아.”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북이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빨리 와! 조금만 더 힘을 내! 저기서 토끼가 뛰어 오고 있어, 거북아! 조금만 더!”
거북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3미터
2미터
1미터.
결승점을 먼저 통과한 것은 거북이었다.
친구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거북이를 칭찬했다.
그 일은 숲속 모든 동물들에게 퍼져나갔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 얘기를 교훈처럼 들려줬다. 노력하는 거북이에 대한 칭찬‘과 ‘자만하고 방심하는 토끼에 대한 경계’를 담아서
거북이는 이 일을 모티브로 삼은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자기계발 강의를 만들어서 많은 어린 숲속 친구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