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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07. 2015

호의가 갖는 위력(조조-관우 사례)

미리 베푼 호의를 통한 호감도는 나중에 다른 형태로 보답을 받게 되는 수가 있다.      


삼국지의 한 장면.     


조조가 서주(徐州)를 공격하자 유비는 원소(袁紹)에게 몸을 맡겼고, 하비성을 지키던 관우도 조조의 공격을 받아 성을 빼앗겼다. 관우는 항복을 권유하는 조조의 부하 장요(張遼)에게 3가지 조건을 받아들이면 투항하겠다고 했다.      


첫째, 자신은 조조가 아닌 한(漢)나라 황제에게 항복하는 것이며, 

둘째 자신이 모시고 있는 유비의 두 부인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것과,

셋째 지금은 행방을 모르지만 유비가 있는 곳을 알면 언제든지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조조가 이 조건을 받아들여 관우는 일시적으로 항복하였고, 백마(白馬) 전투에서 조조를 위하여 원소(袁紹) 휘하의 맹장 안량(顔良)과 문추(文丑)를 베는 공을 세웠다. 


조조는 평소 흠모하던 관우에게 극진한 대접을 한다. 

특히 여포가 타던 명마인 적토마를 관우에게 선물한 일은 유명하다. 

관우가 이 말을 받은 것은 형인 유비를 만났을 때 좀 더 빨리 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조조는 ‘아, 역시 어쩔 수 없는 위인이구나’라면서 관우를 더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얼마 뒤에 관우는 유비가 원소에게 의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조를 떠났다.     




심리학자인 프리츠 하이더는 ‘감정의 균형이론’을 주장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거나 존경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감정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애정에 ‘불균형’이 생기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상대에게 보상하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주장한다.     


적벽대전은 조조가 양쯔강[揚子江] 남안의 적벽에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과 싸웠던 전투를 가리킨다. 중국을 통일할 야심을 품은 조조는 손권의 오(吳)나라를 정벌하기 위하여 80만 대군을 거느리고 남하하였으나, 적벽에서 주유와 제갈량의 화공(火攻) 계책에 당하여 대패하였다.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던 조조는 화용도(華容道)를 지나게 되었다.     


이 때 조조는 이처럼 험준한 길에는 몇 백 명의 군사만 매복시키더라도 적을 사로잡을 수 있겠노라며 주유와 제갈량을 무능하다고 비웃었다. 바로 그 때 조조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관우(關羽)가 군사를 이끌고 나타났다. 

그러자 조조는 관우에게 예전의 정에 호소하면서 목숨을 구걸했고 결국 관우는 조조를 풀어주게 된다.     



조조를 풀어주는 관우

사실 관우가 화용도에 오기 전에 제갈량과 언쟁이 있었다. 제갈량은 ‘조조가 만일 화용도로 가게 되면 관우는 조조와의 옛 정을 생각해서 조조를 풀어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고, 이에 대해 관우는 ‘나를 뭘로 보느냐? 결코 그런 일이 없다. 내가 만일 조조를 풀어준다면 군법에 따라 나를 처벌하라!’고 큰소리 친 바 있다. 


결국 이 일로 인해 관우는 제갈량에게 제대로 약점을 잡히게 된다.     




로버트 치알다니 교수는 자신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설득의 한 원칙으로 ‘상호성의 원칙’을 내세운다. 


즉 내가 누구로부터 호의를 받으면 꼭 되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법칙에 의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린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당신의 생일을 기억하여 생일 선물을 보내면, 당신도 그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성의 법칙은 남의 호의, 선물, 초대 등등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 미래에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러한 원칙을 생활 속에서 응용해 본다면, 일단 상대방에게 아무런 뜻이 없다고 하고서 작은 선물을 한다. 그것은 사탕 한알, 커피 한 잔이라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 상대방에게 당신의 용건을 말해보아라. 그럼 그 사람은 왠만해서 들어줄 것이다.     


결국 태산 같은 의지와 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던 관우 역시 

이 상호성의 법칙 아래에서는 마음이 약해진 것이다. 타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선(善)을 쌓아(積)둔다고 하지 않던가.


적선. 그렇게 쌓아 둔 선(善), 호의가 언젠가 당신에게 큰 힘이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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