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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07. 2015

같은 결과가 발생해도 비난받지 않는 경우(블링크)

어떤 의사가 의료사고 소송에 휘말릴까? 


대개 의료사고와 관련한 의료소송은 진료나 수술 도중 의료진의 과실로 좋지 못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환자 측의 문제제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모든 의료사고가 의료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대처로 상황이 잘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의료사고와 관련한 소송은 유난히 그 과정이 어렵고 소송 기간도 길다. 사람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적 판단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지치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의사가 의료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것일까.     




워싱턴포스트 기자를 지낸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블링크-첫 2초의 힘’에서 ‘고소당할 의사 알아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의사가 환자와 법적 다툼을 벌일 확률은 의사가 얼마나 큰 과실을 범했는지 와는 거의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대부분의 환자가 의료진 실수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소송으로 연결시키지 않지만 소송을 제기하는 환자들은 의사와의 관계에 뭔가 문제가 있을 때, 즉 의사가 환자에게 우월감을 나타내는 등 환자와 의사 관계에 균열이 생길 때 법적 도구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환자들에게 2번 이상 고소를 당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는 의사들을 관찰한 결과, 결정적 차이는 ‘대화법’에 있으며 의사 진료시간에도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가 발견한 의사들 진료시간 차이는 평균 3분. 


3분간 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만 해도 의료소송 당할 일이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똑같은 결과(환자의 사망이나 추가적인 상처)가 발생했음에도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서 신뢰를 쌓아왔던 환자나 환자가족들은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의사에 대한 원망을 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불친절한 진료를 했던 의사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지인 중에 의학전문기자가 있는데, 그 분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전해준 바가 있다. 


종합병원에서 흉부외과는 사망 case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한다. 다른 과에서 진료를 하다 제일 마지막 처치는 흉부외과에서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흉부외과 과장치고 환자 가족들에게 멱살 한 번 잡혀보지 않거나 소송 한 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단다. 


하지만 그 기자분이 알고 있는 모 종합병원 A 흉부외과 과장은 환자가 사망을 해도 절대 이의제기나 소송을 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뭘까?


환자가 위급 상황이 되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때, A 과장은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시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담당한다. 보통 10분에서 15분 정도 소생술을 시행하는데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대부분 의사는 포기한다고 한다. 


환자 가족들도 15분 정도까지는 마음을 졸이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도 A 과장은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15분에서 그치지 않고 30분간 시행한다. 


그 추가 15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A과장의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마음의 위로를 받고 ‘아, 저 의사선생님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구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돌아가신 가족은 최대한의 조치를 다 받은 것으로 생각하기에 별다른 원망을 갖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흉부외과 과장들은 ‘어차피 저 환자는 내가 심폐소생술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어. 결과는 이미 정해진 거야’라는 생각으로 자신은 그 환자에게 가지 않고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내려 보낸다는 것이다. 결국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보지만 환자는 사망하고 만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한다. 환자 가족들은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는데 주치의가 나와 보지도 않아?”라는 억하심정을 가지고 의사에게 불만을 품고 여러 민원도 제기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결과가 발생해도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상대의 마음을 얻는 일은 중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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