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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07. 2015

내 얘기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짱!

예전에 참가했던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경험한 일이다. 


한 테이블에 앉아 있던 분들의 면면을 보면 A씨(44세) 코스닥 업체 대표이사, B씨(50세) 00 세무법인 대표세무사, C씨(48세) 00 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D씨(45세) 00 텔레콤 상무이사, 그리고 나.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A씨가 이런 말을 꺼냈다.


“지난 주말에 제가 레이크사이드 CC에서 이글(규정타수 보다 2타 적게 쳐서 홀인한 것)을 했지 뭡니까?” 


주말골퍼로서 이글이라면 대단한 것이니 자랑할 만도 하다.     


그러자 B씨가 대뜸 하는 말.

“레이크사이드 CC 홀 길이가 좀 짧은 편이잖아. 거긴 이글 많이 나오던걸”     


옆에서 듣고 있던 D씨는


“하... 저는 지난 주말에 몽베르 CC에서 버디(규정타수 보다 1타 적게 쳐서 홀인한 것)를 두 개 했는데...

쩝”라면서 자기 이야기를 했다.     


약간 머쓱해진 A씨.


그러자 평소부터 사람 좋기로 유명한 C씨가 A씨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C : "이글이라구요? 대단하네. 몇 번 홀이었지요?“

A : "아, 네 14번 홀이었습니다.“


C : “당연히 Par 5였을 것이고. 세컨 shot 하실 때는 우드 잡으셨어요? 아님 하이브리드? 롱 아이언?”

A : "그게 참 고민스럽더라구요. 드라이버가 많이 나가는 덕에 200야드 쯤 남았는데, 과감히 하이브리드로 갈겼습니다.“


C : "오우, 하이브리드를 잘 다루시는 모양이네요. 그럼 바로 온 그린?“

A : "예, 운이 좋았지요. 일단 온 그린. 그런데 사실 거의 엣지에...“


C : "엣지라구요? 그럼 롱 퍼팅? 어느 정도 롱퍼팅이었나요?“

A : "흐흐... 족히 8미터는 된 것 같아요.“     




A씨는 C씨의 질문에 침을 튀겨가며 신나게 답변을 해 나갔다.     


C : "네? 8미터라구요? 오르막? 아님 내리막?“

A : "그게 말이죠. 내리막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으로 올라가는... 거의 죽음이었죠.“


C : "우와, 그건 진짜 힘들었겠네요. 그걸 한 방에 홀인?“

A : "네, 운이 좋았던 거죠. 흐흐“     


나는 그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C씨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C는 마치 A의 판소리 공연에 '얼쑤' 추임새를 넣어주는 고수(敲手) 같았다. 왜 모든 사람들이 C씨를 칭찬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A씨는 왜 밥 먹다 말고 갑자기 지난 주말에 이글했다는 이야기를 했을까? 이유는 당연히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B씨는 그 골프장 코스가 쉬워서 이글이 많이 나온다고 김을 빼는가 하면, D씨는 자기가 버디한 이야기를 하면서 초점을 흐렸다.     


하지만 C씨는 A씨의 숨은 욕구(자랑하고픈 마음)를 잘 알고는, A씨가 신나게 자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맞장구를 쳐 준 것이다. 마치 배구에서, 스파이크를 잘 때릴 수 있도록 멋지게 공을 보급해주는 세터처럼.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무언가를 자랑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상대방의 욕구에 맞춰서 추임새를 넣어주고 상대방이 멋지게 스파이크를 내리 꽂을 수 있도록 예쁘게 공을 갖다 주라. 

스파이크를 완성한 그 선수는 여러분께 달려와서 하이파이브를 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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