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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10. 2015

유용한 협상전술 : 권위의 법칙 활용

1. 우리는 왜 권위에 복종하는가


노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김세원 노무사는 직원 500명인 (주)촉한전산의 노무 서비스를 수주하기 위해서 내일 그 회사의 CEO인 유비 대표를 만나러 간다.

아는 지인이 유비 대표이사를 김 노무사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내일 미팅에서 수주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본다. 김 노무사는 내일 PT 자료를 준비하되, 중점을 둔 것은 현란한 그래픽 자료가 아니라 세밀한 수치자료였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의 자료를 근거로     


(1) 근로기준법 위반문제로 인해 한 해에 기업에서 발생하는 손해가 얼마인지

(2) 산업재해 초동조치를 잘못함으로 인해 기업에서 발생하는 손해가 얼마인지

(3) 직원의 해고 문제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조치로 인해 한 해에 형사고발되거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 몇 개인지


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뽑은 다음 그 수치가 전면에 나타날 수 있도록 PT 자료를 작성했다.     




우리는 제복, 직위, 전문자격, 숫자 등이 주는 권위에 쉽게 복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권위의 법칙’이라 부른다. 우리는 왜 이처럼 권위에 쉽게 복종할까? 이에 대한 가장 정통한 해석은 ‘권위를 따르는 것이 더 공정하고 정당하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위의 오묘한 세계로 떠나보자.     



2. ‘권위의 법칙’을 입증한 스탠리 밀그램 교수의 실험     


가. 실험의 취지     


1961년 미국 예일대에서 스탠리 밀그램 교수에 의해 진행된 실험은 ‘권위’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었다. 밀그램이 이 실험을 기획한 진짜 동기는 나치가 지배하던 당시 독일인들이 어떻게 그 많은 무고한 유태인의 생명들을 강제 수용소에서 죽일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나. 실험의 내용     


밀그램 교수는 실험에 참가할 사람들을 신문공고를 통해 모은다. 실험은 2명의 자원자가 함께 수행하게 되는데, 한 명은 '질문자'의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응답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흰 가운을 차려입은 '교수'가 '질문자‘의 옆에 서서 이 실험을 지휘했다.      


'질문자'는 준비되어 있는 질문지에 따라 '응답자'에게 질문을 하고, '응답자'는 즉시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틀린 답변을 말하면 '질문자'는 '응답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했다. 전기충격의 강도는 처음에는 15볼트부터 시작해서 틀릴 때마다 15볼트씩 올리도록 했으며, 전기충격의 최대강도는 450볼트까지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450볼트의 전기충격을 가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음을 사전에 경고했다.     


만약 이 실험에서 당신이 '질문자'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면? 단지 ‘응답자’가 틀린 답변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신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잔인하게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을까?     


다. 실험의 결과     


'질문자'의 역할을 수행했던 자원자들의 65%는 최대강도인 450볼트에 이를 때까지 전기충격을 멈추지 않았다. 참으로 놀라운 수치다.     


바로 눈앞에서 '질문자' 자신이 누르는 스위치로 인해 전기충격을 당하는 '응답자'들이 고통을 못 이겨 울부짖거나, 제발 멈추어 달라고 소리치고, 심장이 약하다고 애원하고, 심지어 혼수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질문자'는 교수의 지시에 따라 전기충격의 강도를 높여갔다고 한다.     




물론 많은 '질문자'들이 '교수'에게 실험을 중지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았지만 실험을 계속 진행하라는 교수의 말에 거부한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심지어 '질문자'들 중 일부는 고통스러워하는 '응답자'의 모습을 보면서 그 자신도 부들부들 떨고 진땀을 흘리면서 그리고 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이를 악 물어 가면서도 교수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전기충격 스위치를 눌렀다고 한다.     


'질문자' 입장에서는 '응답자'와 '교수' 둘 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아닌가? 단지 흰 가운을 입은 '교수'라는 사람이 지시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로 하여금 죄 없는 사람에게 450볼트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었을까?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자원해서 실험에 참여한 것이니,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박차고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밀그램의 복종실헙 영상

https://youtu.be/aH0ahfOaZ9M


라. 실험의 의미     


밀그램 박사는 이와 같은 실험결과를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리 잡고 있는 '권위에 복종하려는 의무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전기충격은 가해지지 않았으며, 고통스러워하던 '응답자'는 마치 전기충격을 당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도록 지시받은 '교수'의 조교였다.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얼마나 많은 '질문자'들이 부당한 지시(부당할 뿐만 아니라 잔인하기까지 한)에 따라 죄 없는 타인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밀그램의 실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종류의 '권위'에 순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이는 아마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권위에 순응하도록 교육받아 왔기 때문이리라(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발췌).     




3. 네이선 핸드워커 핫도그에 권위를 더하라     


폴란드 이민자 출신인 핸드워커는 1916년 미국의 코니아일랜드(뉴욕시 브루클린구 남쪽 해안에 있는 위락지구)에 정착하면서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있었다. 당시 코니아일랜드 지역에서는 그 지방의 전통 음식인 핫도그가 널리 판매되고 있었다. 핫도그 하나의 가격은 10센트.     





네이선 핸드워커는 부인의 음식솜씨가 워낙 좋았기에 핫도그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가격은 개당 5센트로 책정했다. 훨씬 맛있으면서도 값싼 핫도그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핸드워커의 핫도그 맛은 어느 모로 보나 경쟁자들의 핫도그에 비해 손색이 없었지만(진짜 쇠고기로 만든 핫도그였다) 그는 손님을 거의 한명도 끌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니아일랜드 방문객들은 네이선 핸드워커가 판매하는 핫도그의 품질을 믿지 못한 것이었다. 싼 가격이 오히려 ‘싸구려 재료를 썼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만약 명동에서 중국인 부부가 만두를 반값에 팔고 있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네이선 핸드워커는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고민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가까운 병원의 의사들에게 돈을 주고, 흰 가운 차림에 청진기를 목에 건 채 가게 옆에 서서 핫도그를 먹게 했다. 의사들 입장에서도 항상 바쁜 와중에 식사를 못할 경우가 많은데 돈까지 주면서 먹어 달라고 하니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자,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줄지어 서서 네이선 핫도그를 먹고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사람들은 위생에 대해 아주 까다로울 것 같은 의사들이 네이선 핫도그를 먹자 그 동안 네이선 핫도그에 대해 갖고 있던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네이선 핫도그는 그 이후로 고객들로 붐비게 되었고, ‘네이선스 페이머스 핫도그(핫도그 먹기 세계대회)’라는 대회도 개최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네이선은 바로 ‘의사들의 권위’, 즉 ‘위생에 대해서는 가장 민감하게 신경을 쓸 것 같은 의사들조차 네이선 핫도그를 먹는다’는 점을 활용함으로써,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핫도그 품질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킨 것이다.     


4. 우리는 제대로 알고서 음악을 듣고 있는 걸까?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은 2007년 1월 어느 날 아침 출근시간 워싱턴의 랑팡 플라자 지하철 역에서 거리의 악사 행세를 했다. 리포터인 게인 웨인가르텐이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연주하는 벨과 행인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처음 벨의 거리 연주회 실험을 고안할 당시 <워싱턴포스트> 측은 군중이 지나치게 몰려들 것을 우려하여 경찰을 대기시켜 놓았다. 그러나 63명이 지나갈 때까지 벨의 연주에 발길을 멈춘 사람은 없었고, 45분 후까지 1,070명의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마찬가지였다. 단, 7명의 사람들만이 연주를 듣기 위해 발길을 멈췄다.     

분당 수천 달러를 벌어들이는 벨은 그 날 총 32달러를 모금했고, 그 중 몇 사람은 지폐 대신 동전을 던져 주기도 했다.     


조슈아벨 실험 영상

https://youtu.be/hnOPu0_YWhw


조슈아 벨의 연구를 카네기 홀에서 들으려면 평균 500달러 이상의 티켓 값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허름한 복장에 지하철 역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조슈아 벨은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와 비슷한 EBS 실험 영상이 있다.      


국내 콩쿨에서 우승한 남녀 바이올리니스트로 하여금 번화한 복합상가몰 1층에서 연주를 하게 했는데, 평범한 복장으로 아무런 꾸밈없이 연주를 시켰을 때와, “외국에서 유학한 조 듀오”라는 플랭카드와 함께 연미복을 입혀서 연주를 했을 때 행인들의 반응은 너무도 다름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심지어 두 번째의 경우 어떤 행인은 “조 듀오라는 팀을 들어본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음악”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얼마나 연주를 잘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관객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무대에서, 어떤 배경 하에 연주하는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본질가치(음악 자체)보다 주변정황에 더 흔들리는 사람들의 불완전한 판단력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5. 헬리코박터와 베리마샬 박사 사례     


1983년경 로빈 워렌과 베리 마샬은 위궤양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자 환자들로부터 직접 조직을 채취해서 현미경으로 살펴보고는 그 속에서 이상한 박테리아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그 박테리아가 혹시 궤양을 일으키지 않을까 라는 가정을 세우고 치료를 했는데, 결국 궤양이 완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워렌과 마샬은 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컨퍼런스에서 "궤양의 원흉은 바로 헬리코박터균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 학계는 코웃음을 쳤던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위산은 강력한 물질이라서 대부분의 물질을 녹여 버린다. 그런 강력한 위산이 있는 위 속에서 박테리아가 서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둘째. 베리 마샬은 당시 30세의 인턴에 불과했다. 위대한 발견은 원래 대가가 하는 것이지 일개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셋째, 워렌과 마샬의 출신 지역인 호주의 ‘퍼스’라는 지역은 의학계에 있어서 변두리에 불과했다. 따라서 그 신뢰도는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러한 이율들로 인해 그들의 발표는 무시되었다. 하지만 마샬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마샬이 동료들 앞에서 수 억 개의 헬리코박터 균이 담긴 비커를 단숨에 들이킨 일은 유명하다. 마샬이 이렇게 헬리코박터 균을 마시고 난 며칠 후 초기 위염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항생제 등을 복용해서 스스로를 치료하는 과정을 동료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거쳐 1994년에서야 그들의 가설이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2005년 가을 베리 마샬과 로빈 워런은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의학계에서도 발표자가 누군가에 따라 그 학설이 받아들여지는 데 큰 차이를 보인다.     



6. 견적서와 신뢰도      


미국의 유명한 협상가인 ‘로저 도슨’의 경험담이다.     


오래전 그는 강연을 위해 호주를 방문했을 때 집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2층 방 하나가 다 탔다는 것이다. 로저 도슨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수리비를 적은 세 통의 서류가 날아왔는데, 그 중 둘은 견적가가 24,000달러였고, 다른 하나는 49,000달러였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로저 도슨은 가장 높은 가격의 견적서를 골랐다.



로저 도슨의 저서


그 제안서는 친절하게도 컴퓨터로 계산한 내역서를 첨부해 보냈다. 서류내용은 매우 전문적이고 100제곱피트 단위로 각 항목의 비용을 정리해 두었던 것이다.     

로저 도슨은 이렇게 권고한다. 만일 견적서가 필요한 사업에 종사하게 된다면, 가게로 뛰어가서 얼마의 비용이 들든 컴퓨터와 레이저프린트를 구매한 다음 고품격의 디자인과 객관적인 근거를 포함한 활자 형태의 견적서를 보내라고. 그렇다면 고객의 신뢰를 좀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7. 변호사로서의 일화     


나는 변호사로서 상담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뢰인을 접하게 되는데 상당히 까다로운 성향의 의뢰인에 대해서는 수치를 통한 세밀한 접근을 펼친다.     

 

‘네, 사장님. 바로 이런 부류의 사건이 ’부정경쟁‘ 사건입니다. 제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부정경쟁사건을 12건 수행했는데, 그 중 9건을 승소했고, 나머지 3건은 의뢰인이 만족할 만한 정도의 조정을 이뤄냈습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의뢰인일수록 이런 수치에 훨씬 더 많은 신뢰를 보여주는데, 이 역시 권위의 법칙을 활용한 사례다.      


나와 고문계약을 체결한 여러 고문기업들이 있는데, 그 기업들의 법무담당자 중에는 법적 지식이 변호사인 나보다 뛰어난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 분들은 이런 내용을 하소연한다.      


“휴... 변호사님. 똑같은 답변을 해도 저희들이 사장님께 보고하면 제대로 믿어주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님이 작성한 이메일이라도 첨부해서 ‘고문변호사 의견도 이렇습니다’라고 보고하면 그 제서야 사장님도 안심을 하십니다. 저희들로서는 솔직히 억울하긴 하지만 역시 라이센스가 주는 힘이겠지요.”


이 역시 권위의 법칙이 적용된 사례라 할 것이다.     


8. 권위의 법칙이 강력한 이유 ; 본인은 이성적으로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     


이러한 권위의 법칙이 강력한 이유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에 좌우 된다는 점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행해진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는데도 앞의 차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연출한 뒤, 앞차의 차종에 따라 뒷 차 운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였다.      

관찰결과에 의하면, 소형차에 대하여 사람들은 전혀 인내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사람들은 마구 경적을 울려대었고 심지어 두 사람의 운전자들은 앞차의 뒷 범퍼를 그들의 차로 부딪쳐 가면서 겁을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값비싼 고급차가 앞에 서 있을 경우 뒷 차 운전자들 중에서 절반은 앞차가 움직일 때까지 경적을 만지지도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연구자들은 아직 이러한 실험결과를 모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그러한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겠느냐고 설문 조사했다. 설문 결과 놀랍게도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만약 자신이라면 오히려 값비싼 자동차에 대해 더 빨리 경적을 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는데 말이다).     


위의 연구결과는 우리가 권위의 영향력을 실제의 크기보다 훨씬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중요한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말로는 고급차 따위가 내 앞에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 나에게 닥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움츠려 들어서 경적도 울리지 못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권위의 법칙을 더욱 효과적인 설득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권위의 법칙의 영향력은 매우 막강하지만 사람들은 그 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로버트 챠일다니 교수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발췌).     


9. 권위의 법칙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 베블런 효과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有閑階級論)>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말한 데서 유래하였다.      


베블런은 이 책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다고 꼬집었다.     


베블런효과는 상류층 소비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비 행태로, 가격이 오르는 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값비싼 귀금속류나 고가의 가전제품, 고급 자동차 등은 경제상황이 악화되어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남의 소비 성향을 좇아 한다는 뜻에서 소비편승효과라고도 한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을 꺼리는 소비현상으로,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값비싼 상품을 보면 오히려 사고 싶어하는 속물근성에서 유래한 속물효과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이후에는 극소수의 상류층 고객만을 상대로 벌이는 마케팅전략인 VVIP마케팅도 등장하였다.     


결국 고가의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베블런 효과와 권위의 법칙이 절묘하게 결합된 하나의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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