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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12. 2015

절정에 이르면 후회가 따른다 - 주역 건괘 6효

○ 사례


김래원 사장.

2000년 초반 IT 관련 일을 시작한 그는, 처음에는 작은 쇼핑몰 사업으로 시작해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해갔다. 재기(才氣)가 번득이고 돌파력 있는 김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그 위력을 발휘하면서 승승장구해 나갔다.

매출도 100억 대를 돌파하고, 대통령 표창도 받으면서 견실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었다.

그러자 김사장 주변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들 중 사금융 쪽에 있는 사람들이 김사장에게 부동산 시행업에 뛰어들 것을 권유했다.


2003년경 김사장은 대형 주상복합상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존의 지인들은 김사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말렸다.

하지만 계속 성공가도를 달려온 김사장으로서는 ‘지금이야 말로 기회이다. 경영자는 지를 땐 질러야 한다.’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시켜 갔다.



하지만 역시 전문분야가 아닌 곳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호저축은행에서 1,000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쓴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사업은 사업대로 망가지고, 본인도 징역 5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김사장이 2003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당시, 김사장이 진지하게 주역점을 보았다면 아마도 건괘 6효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 설명


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육효(六爻 ; 제일 위에 있는 선)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에 나오는 말이 바로 “亢龍有悔(항룡유회)”다.


《주역》의 건괘는 용을 비유로 들어, 인생살이에서 처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첫 단계가 잠룡(潛龍)으로,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을 의미하는데, 아직은 활동할 때가 아니어서 덕을 쌓으며 때를 기다리라고 충고한다.


다음은 현룡(現龍)으로,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어 덕을 만천하에 펴서 사람들의 신망을 얻게 되는 단계로서, 이 때는 널리 일을 펼쳐야 한다.
그 다음은 비룡(飛龍)으로,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의 기운을 받은 상황이다. 말 그대로 전성기다. 아마 김사장의 2002~2003년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 이후 단계가 바로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 ‘항룡(亢龍)인 것이다.

'항룡(亢龍)'에 대한 공자(孔子)의 해석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교만하여 민심을 잃게 되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항룡(亢龍) 에 이르면 후회(後悔)하기 쉽상이니 이것이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것이다


나는 항룡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동안의 성공에 도취한 자만’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항룡이 처신하는 방법은 어때야 하나?

성공하는 사람은 항상 만족할 줄 모르고 더 큰 성공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나아가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이든 발전의 양상이 극에 달하면 다시 쇠망하게 마련인데(物極必反; 물극필반), 잠룡단계에서 치고 올라가던 상황이 항룡에 달하면 이제는 쇠락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항룡의 상황에 있음을 자각했다면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지 말며, 

겸손을 잃지 말아야 함을 주역은 가르치고 있다.


성공을 이뤄 나가는 중간에 자기 스스로를 ‘항룡’이라고 평가하면서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불완전한 인간에게 있어 이를 요구하는 것은 때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면 다시 기우는 것’이 세상의 변하지 않는 이치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을 수밖에 없다.


○ 관련 지식


이사(李斯)는 진(秦)나라 때의 정치가로 시황제를 섬겨 재상이 된 사람이다. 그의 일족은 모두가 고위고관에 올라 최고의 권세와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어느 날, 이사가 축하연을 베푼 자리에 조정의 문무백관이 모두 참석해 축사를 올렸다. 

그러자 이사는 깊이 탄식하며 "나는 일찍이 스승 순자(荀子)로부터 매사에 성(盛)함을 금하라고 가르침을 받았는데, 오늘날 우리 일족은 부귀와 영예가 모두 극도에 이르렀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영속을 기할 수 없는 법. 앞으로 나에게 닥쳐올 일이 두렵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가 염려한 대로 그의 일족은 조고(趙高)의 참소로 몰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한편, 항룡유회의 교훈을 일찍 깨닫고 지극한 영예를 스스로 멀리해 조용한 만년을 보낸 지혜로운 사람도 있다.
장량(張良)은 전한(前漢)의 고조(高祖)를 도와 공을 세운 개국공신이었다.


장량(장자방)


천하를 평정한 고조는 한나라 황실의 안녕을 위하여 전쟁에 공로가 있었던 여러 장수를 차례로 주살하여 뒷날의 걱정거리를 없앴다. 고조의 이러한 의중을 살핀 장량은 일체의 영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시골에 운둔하는 삶을 선택하여 고조를 안심시키고 천수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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