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법,술,세
내 부주의한 행동이나 말. 그것들이 칼날이 되어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상처받은 사람은 가해자에게 앙심과 원한을 품는다.
한비자는 앙심과 원한을 가진 이의 복수심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음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한비자 내저설 하 육미(六微) 중
제(齊)나라의 이사(夷射)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임금의 주연(酒宴)에 참석했다가 몹시 취하여 밖으로 나와 회랑(回廊)의 문지방에 기대고 있었다. 그때, 죄를 지어 다리를 잘린 문지기가 다가와 말했다.
"대감님, 드시다 남은 술이라도 좋으니 조금만 주십쇼."
그러자 이사는 불쾌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닥치거라. 죄를 짓고 다리까지 잘린 주제에 어느 앞이라고 그 따위 말을 지껄이느냐! 썩 물러가라."
그러자 문지기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가 이사가 그 자리를 떠나자 다시 돌아와 그 문지방 밑에다 물을 뿌려 놓고 마치 오줌을 싼 것처럼 해 놓았다.
그 다음 날 아침, 왕은 물이 마르다 만 흔적을 보고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여기에 누가 오줌을 누었느냐?"
그러자 문지기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제 저녁 이사 대감께서 이곳에 서 계신 것을 보았을 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궁전을 더럽혔다는 죄목으로 이사를 처형해 버렸다.
권한이나 능력면에서, 문지기는 이사를 당해낼 수 없다.
문지기는 드러내 놓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다. '이사가 오줌을 누었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문지기의 이사에 대한 앙심과 원한이 일을 교묘하게 만들어 미필적 고의로 이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누군가를 처벌받게 하려고 익명으로 투서하거나 고소하는 사람들.
상처로 인해 가슴에 품은 '원한'과 '앙심'이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