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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Dec 07. 2015

수사 받을 때 변호인이 곁에 있을 수 있는지요

● 사례


건설업을 영위하는 나형욱 대표는 최근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 수사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6개월 전에 나대표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었던 채권자가, 그 동안 여러차례 나대표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청했었는데, 나대표가 차일피일 미루자 냅다 형사고소를 한 것이다.


나대표는 생전 처음 경찰서에 출두하게 되자 너무 떨렸다.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는 조우성 변호사에게 사건 설명을 하고 동행해 줄 것을 부탁했다. 조변호사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에 대한 고의 부분이 가장 중요하니 진술에 각별히 유의하시라. 그리고 옆에서 도와주겠다”고 말해줘서 나대표는 마음이 놓였다.


다음날 수사를 받으러 갔더니 담당 형사는 변호인이 동행한 것에 대해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나아가 피의자(나대표) 곁에서 진술하는 것을 듣고 필요할 경우 도와주겠다고 하자, “그러시면 수사를 못합니다. 변호사님은 저기에 좀 앉아 계시다가 이 양반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만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면서 3m쯤 떨어진 의자를 가리켰다.

변호인이 그렇게 피의자와 떨어져 앉아 있으면 그 때 그 때 필요한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또 일일이 옆에서 변호인이 간섭을 하게 되면 수사를 못할 것이라는 수사관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까?


● 답변


수사관의 조치는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인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입니다. 따라서 수사관의 조치는 부당하며, 변호인은 피의자 곁에서 수사를 참관하면서 조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 설명


1. 설문과 같은 유사한 사례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이렇게 결정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와 같은 상당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에 대하여 피의자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옮겨 앉으라고 지시를 한 다음 이러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음을 이유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찬여권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8. 9. 12.자 2008모 793 결정)


2.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12조 3항)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조력(助力)은 피의자 등에게 수사기관과 대등한 지위를 확보해 줄 정도의 충분하고 실질적인 변호인의 도움을 말합니다.


3. 헌법 조문에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 한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체포나 구속되지 않은 피의자나 임의동행한 피의자, 그리고 정식사건으로 입건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이 내부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피내사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4. 그동안 수사기관은 “형사소송법”에 수사시 변호인이 입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피의자를 신문할 때 변호인이 참여하는 것을 꺼려왔지만, “피의자는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고, 합당한 이유 없이 이러한 요구를 거부한 행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았습니다.


5. 이에 따라 2007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하여 변호인의 조사참여권이 명문화되었습니다(제243조의 2).

6. 따라서 피의자나 그의 가족들이 수사기관에서 변호인과 함께 조사를 받겠다고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경찰이나 검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 Advice


1.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을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사를 받을 당시 수사기관이 피의자와 변호인을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은 피의자의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2.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여력이 없을 경우에는 해당 지역 지방변호사회의 당직변호사제도를 이용하여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관련 조문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변호인의 참여 등)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그 변호인ㆍ법정대리인ㆍ배우자ㆍ직계친족ㆍ형제자매의 신청에 따라 변호인을 피의자와 접견하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② 신문에 참여하고자 하는 변호인이 2인 이상인 때에는 피의자가 신문에 참여할 변호인 1인을 지정한다. 지정이 없는 경우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이를 지정할 수 있다.

③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④ 제3항에 따른 변호인의 의견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는 변호인에게 열람하게 한 후 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조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변호인의 신문참여 및 그 제한에 관한 사항을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9조의2(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①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제1항의 "정당한 사유"란 변호인의 참여로 인하여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②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제1항의 신청이 있는 경우 신청인에게 변호인 참여 전에 변호인선임에 관한 서면을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제2항의 변호인 참여 신청이 있는 경우에도 변호인이 상당한 시간 내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출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 없이 피의자를 신문할 수 있다.

④ 검사는 변호인의 참여로 인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하여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피의자신문 중이라도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1. 검사의 승인 없이 부당하게 신문에 개입하거나 모욕적인 언동 등을 행하는 경우

2. 피의자를 대신하여 답변하거나 특정한 답변 또는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경우

3.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제3항 단서에 반하여 부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4. 피의자 신문내용을 촬영·녹음·기록하는 경우. 다만, 기록의 경우 피의자에 대한 법적 조언을 위해 변호인이 기억환기용으로 간략히 메모를 하는 것은 제외한다.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 지침(대검찰청 지침)


제6조【변호인에 대한 퇴거요구】 ① 검사는 변호인의 신문 참여로 인하여 제2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하는 사유(1. 증거의 인멸, 은닉, 조작 또는 조작된 증거의 사용 / 2. 공범의 도주 등 형사소송법 제11조에 규정된 관련사건의 수사에 대한 지장 / 3. 피해자, 당해 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 신체나 재산에 대한 침해) 또는 다음 각호의 사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변호인 없이 신문할 수 있다. 변호인이 상당한 시간 내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출석할 수 없는 경우에도 변호인의 참여없이 피의자를 신문할 수 있다.

1. 검사의 승인없이 신문에 개입․제지하거나 중단시키는 경우

2. 피의자를 대신하여 답변하거나 특정한 답변 또는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경우

3. 모욕적인 언동 등으로 신문 방해를 야기하는 경우

4. 피의자 신문내용을 촬영, 녹음, 기록하는 경우

5. 기타 위 제1호 내지 제4호의 경우에 준하여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② 제1항의 사유로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을 퇴거하게 한 경우 그  구체적 정황을 수사보고서로 작성하여 기록에 첨부하여야 한다.


비판론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변호인이 피의자신문 참여시 의견진술과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정작 변호인 참여권의 핵심인 조력에 대해서는 하위 규칙인 검찰사건사무규칙으로 제한을 두고 있어 변호인 조력시 수사관이 이를 제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대검찰청 운영 지침에는 검사의 승인 없이 변호인이 신문에 개입하거나 신문을 중단시키는 경우 변호인을 퇴거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건 문제다.
이미 형사소송법상 변호인의 참여권이 명문화돼있는 만큼 그 취지를 살려 수사기관 및 검찰은 하위 규칙 및 운영지침 등을 개정하고, 피의자가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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