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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Dec 15. 2015

동행자로서의 변호사

몇 달 전 어느 의학 전문기자분께 들은 이야기.     


종합병원 흉부외과는 ‘호흡정지’로 생을 마감하는 대부분 환자들의 마지막 코스로 유명하다. 흉부외과 과장은 항상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들을 보게 된다. 흉부외과 과장치고 환자 가족들로부터 멱살 한 번 안 잡혀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A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단 한 차례도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만의 환자를 대하는 원칙이 있기 때문. 


그는 환자의 마지막 순간 심폐소생술을 할 때 직접 땀을 뻘뻘 흘리며 30분 동안 진행한다. 처음 15분 동안은 환자 가족들도 환자가 다시 숨을 쉬기를 애가 타게 기다리지만 15분이 넘어가면 체념하고 "선생님, 이제 그만하시죠."라고 말린다. 하지만 그는 "아닙니다. 좀 더 해봐야죠!"라면서 추가 15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환자 가족들의 마음은 많이 누그러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어차피 이 환자는 힘들어'라는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마지막 순간에 과장이 직접 내려가지 않고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보낸다. 환자가 결국 사망하면 환자 가족들은 난리가 난다. 

"아니, 환자가 숨이 넘어가는 판에 주치의가 내려와 보지도 않아?"


같은 '결론'(환자의 사망)이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에 따라 환자 가족들의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사례다.     



소송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20년 동안 송무변호사 경험을 통해 느낀 점, 의뢰인에게는 승·패소 못지않게 ‘결과에 대한 납득’이 중요한데, 그 납득은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만이 가능하다.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과정은 ‘특정한 일을 하청받아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힘쓰는 과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어두운 터널을 같이 걸어가는 동행의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변호사의 사건처리를 ‘동행’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변호사는 더 이상 의뢰인의 행위를 평가하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주고 격려하며 힘을 내게 북돋우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야 말로 의뢰인의 얘기를 들어주는 단 한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렇듯 의뢰인의 말을 경청하고 마음에 공감할 때 변호사는 기능과 기교를 구사하는 전문가가 아닌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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