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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Dec 19. 2015

관대한 당신이 호구가 되지 않는 법(4)

기브앤테이크 중에서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는 남들에게 잘 베푸는 기버(Giver)가 오히려 성공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있음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논증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애덤 그랜트와의 가상 대담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조우성 : 이번 시간에는 실패한 기버들의 특징 중 하나인 ‘지나치게 소심함’을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교수님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기버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착해서 그런지 자기 요구를 잘 못하는 성향이 있죠?    


애덤 그랜트 : 네, 우선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해 보죠. 님성과 여성은 비슷한 액수에서 연봉 협상을 시작하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차이가 있습니다. 


카네기 멜론대학 경제학자 린다 밥콕(Linda Babcock)이 이 분야에 대한 통계를 근거로 연구를 했지요.     


통계에 따르면, 남성은 절반 이상(57%)이 첫 연봉에 대한 협상을 시도하지만 그렇게 하는 여성은 단 7%에 불과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8배 이상 더 많이 협상을 시도한 거죠. 협상을 시도했던 남성들은 평균 7.4% 더 높은 초임을 받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조 : 흠, 여성들이 자신의 요구를 좀 더 치열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랜트 :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자신 있게 협상에 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은 따뜻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저버릴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조 : 일종의 편견인데 의외로 그 편견이 큰 영향을 주나 보군요. 여성 뿐만 아니라 평화주의자인 기버들도 그런 마음을 갖겠군요.     


그랜트 : 네, 성별을 떠나 기버라면 누구나 이런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 기버는 남녀 모두 협상 과정에서 더 나은 선택이 있음에도 그저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상당히 양보할 의사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조 : 기버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갖고 있군요.     


그랜트 : 기버는 대체로 겸손하며 직접적으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불편해합니다.


또 다른 실험에 따르면, 기버는 제로섬 상황(내가 이익을 보면 상대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봉협상 할 때도 기버는 매처와 테이커보다 더 낮은 금액을 요구하며 덜 만족스러운 금액을 받아들입니다. 특히 상냥한 기버들은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를 꺼려하는 성향을 보이는데 그로 인해 본인의 재정상태가 많이 나빠지더군요.     


조 : 기버가 계속 그렇게 살 수많은 없을 텐데요. 뭔가 좋은 솔루션이 없을까요?     


그랜트 : 추천할 만한 솔루션이 있습니다. 바로 ‘역할바꾸기’입니다.     


조 : ‘역할바꾸기’라구요? 협상을 할 상대방과 입장을 바꿔보는 상상을 하라는 건가요?     




그랜트 : 아닙니다. 협상을 하는 상대방과의 역할 바꾸기가 아니고, 자신이 위하고 보호해야 할 사람의 입장이 되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죠.


A는 지금 연봉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때 A는 자신이 A가 아니라 A의 멘토가 되었다고 상상해 보는 겁니다. A의 멘토라고 상상하니, A에게 여러 가지 조언할 것들이 생각났는데, 그것들을 바탕으로 협상에 임했더니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조 : 음, 내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노력해 준다..라는 자기 최면을 해보라는 거군요.     


그랜트 : 에밀리 아마나툴라와 마이클 모리스도 비슷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들은 남녀 실험 참가자들에게 가상으로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의받은 상황을 상정해주고 조건을 협상해 보도록 했죠. 


다만, 그들 중 절반은 입사 제의를 받은 사람 본인의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그 제안을 받은 사람의 친구로서 협상을 대신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상상해 보도록 한 겁니다.     


조 : 아하, 마치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에이전트가 대신해 주는 것 같은 형식이군요.     




그랜트 : 남성은 자신을 위해 직접 협상할 때나 친구 대신 협상할 때 모두 초봉으로 49,000달러를 요구했습니다. 여성은 다른 결과가 나왔죠. 자신을 위해 협상할 때 요구한 초봉은 남성보다 평균 16.7% 적은 42,000달러였습니다. 반면 친구를 대신해 협상을 맡은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균 49,000달러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기버는 다른 누군가를 대변해 협상을 벌일 때
더 뛰어난 협상가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조 : 그럼 기버는 본인의 일에 대해서도 본인의 입장에만 매몰되지 말고 누군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마인드를 갖는 것이 도움이 되겠네요?     


그랜트 : 새미어라는 여성의 예를 들어보죠.     


그녀는 첫 번째 회사에서는 연봉 협상하기를 부끄러워했는데, 그때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했죠. 

하지만 두 번째 회사에서는 협상에 임할 때 마음자세를 바꿨습니다. 

‘가족의 이익’을 대변했던 것이죠. 

자기 자신만 책임질 때는 호구일지 몰라도 기버는 결코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걸 원치 않습니다.     


“나는 이것을 나 자신과 싸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정신적인 무기로 삼았습니다. 해답은 내가 가족을 대표하는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죠. 한 사람의 기버로서 나는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여기서 나약해지면 나에게 의지하는 내 가족이 다칠 뿐’이라고 생각하자 죄책감이 사라졌어요.”     


이것은 성공한 기버의 전략이었습니다. 한편으로 그녀는 기버가 늘 하는 대로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가족을 대변함으로써 그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신의 이익을 확보했죠. 그렇다고 그녀가 테이커처럼 밀고 나간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회사와 가족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낸 겁니다.     




조 : 아주 공감합니다.


저 역시 기버 성향이 강해서 남들에게 강한 요구를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대리할 때는 상대방에게 사소한 것도 관철해내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무너지면 의뢰인에게는 손해가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때는 어떤 사명감도 느끼게 되구요.     




그랜트 :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팀장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 질질 끌려다녔죠. 그런데 그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다보면 팀원들 전부가 힘들어질 수 있음을 깨달은 그는 입장을 바꿨습니다.     


“고객이 비합리적인 요구를 해오면 나는 그것이 우리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팀원들을 과로로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고객은 내가 그들을 위해 진지하게 애쓴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부탁을 거절할 때도 효과가 커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죠.”     


조 : 이번 시간 논의를 정리해 보자면 


‘기버들이 소심해지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협상을 할 때
내 이익만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익까지 고려한 다음
’나의 대리인‘이 되어 당당하게 임하라’

가 되겠군요. 

뭔가 실마리가 잡히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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