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Dec 25. 2015

눈을 부릅뜨고 실패를 다시 바라보는 복기(復碁)

복기(復碁)     

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하여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봄.     


바둑의 고수들은 복기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재능을 가진 상대를 넘어서는 방법은 노력뿐이다.

더 많이 집중하고 더 많이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바둑에는 '복기'라는 훌륭한 교사가 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 이창호의 <부득탐승> 중






# 1


승자는 기쁨에 들떠 있고 패자는 억울함과 분함 등 온갖 감정으로 괴롭다. 그 모든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한 마음으로 복기를 하기란 참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자신이 실수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바라보는 건 어떤 심정일까. 아마도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승부사들은 오히려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승리는 오직 실수를 인식하고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아야 얻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2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바라보자. 날마다 뼈아프게 그날의 바둑을 복기하자. 그것이 나를 일에서 프로로 만들어주며, 내면적으로도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켜줄 것이다.     


# 3


복기의 또 다른 측면은 가지 않은 길을 탐색하는 데에 있다. 우리는 복기를 하면서 다른 경우를 생각해본다.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다른 수를 놓았다면 승패가 뒤집히지 않았을까. 그런 토론이 오가는 것이 프로들의 복기다.     


복기가 중요한 것은 이처럼 대국 후의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전혀 몰랐던 것,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상대방을 통해 알게 된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경험이다.     

적을 적으로만 본다면 결코 배울 수 없다. 적이라도 존경심을 가지고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쟁과 미움만 앞세우면 결코 반전할 수 없다.          


-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중 - 




바둑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 많은 수를 어떻게 다 순서대로 기억할까?'라는 점이 내심 의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바둑 고수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한 수 한 수 모두 고민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둔 경우에는
아주 쉽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의미 없이 둔 수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한 수 한 수 의미를 부여하고 둔 경우에는 충분히 복기할 수 있다'는 말이 참으로 크게 와 닿았다.     


과연 나는 내 삶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어떤 의미를 갖고 내 인생의 '바둑돌'을 놓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성공하는 데 도와준 거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