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생활인문학
우리가 흔히 쓰는 용두사미의 출전은 벽암록입니다.
陳尊者(진존자)는 睦州(목주) 사람으로 그곳에 있는 龍興寺(용흥사)라는 절에 살고 있었다.
진존자가 늙었을 때 일이다.
어느 중을 만나 서로 말을 주고받는데, 갑자기 상대가 ‘에잇!’ 하고 호령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허허, 이거 야단 맞았군” 하고 상대를 바라보자 그 중은 또 한 번 ‘에잇!’ 하고 꾸중을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상대방은 진존자에게 자신의 위세를 보이면서 자신이 마치 고수인 양 보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중의 재치 빠른 태도와 말재간은 제법 도를 닦은 도승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진존자는 속으로, ‘이 중이 얼른 보기에 그럴듯하기는 한데, 역시 참으로 도를 깨치지는 못한 것 같다. 모르긴 하지만 한갓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이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한 후, “그대는 ‘에잇!’, ‘에잇!’ 하고 위세는 좋은데 세 번 네 번 소리를 외친 뒤에는 무엇으로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생각인가?” 하고 묻자, 중은 그만 자기 속셈이 드러난 것을 알고 뱀의 꼬리를 내보이고 말았다는 것이다.
- 碧巖錄(벽암록) -
원래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시작은 그럴싸 한데 마지막은 별 볼 일 없다는, 썩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과연 ‘용두용미’(龍頭龍尾 ; 처음도 장대하고 끝도 장대)로 일관하는 인생이 있을까요?
우리는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하나 같이 처음부터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어 결국 멋진 성과를 이뤄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또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은 우연과 행운’이 겹쳐서 성공을 거머 쥔 경우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열정이고, 깨어있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시작해 놓고 나중에 흐지부지되면 어떻게 하지?’라고 겁먹을 것이 아니라 ‘나중에 뱀꼬리가 되면 어때? 그래도 난 시작하고 있잖아! 정성을 다해서 시작하면 돼!’라는 마음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오늘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 준 토대는
바로 그 수많은 용두사미의 흔적들일 것입니다.
끊임없는 용두사미의 시도는 결국 용두용미(龍頭龍尾)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런 공식이 가능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