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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an 25. 2016

외부 인재 영입이 조직에 불러올 리스크를 고려하라

조우성 변호사의 한비자 리더십

▶ 생각의 테마     


회사가 곧 투자를 받을 예정입니다. 몇 달간 노력한 결실을 보게 되는 거라 뿌듯합니다. 자금이 들어오면 무엇보다 인력을 보충할 예정입니다.

창업 때부터 잘 따라와 준 친구들에게 동지애와 감사한 마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조직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 능력 있는 인력이 수혈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창업 멤버들의 애사심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문제해결능력이나 외부와 협업을 할 때의 맨파워 등에서 밀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타까운 적이 많았습니다.

몇 군데 부탁을 했고, 꽤 괜찮은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문이 나자 회사 내부적으로 다소 동요가 있습니다. 이는 어차피 치러야 할 성장통이 아닐까요?

이 상황에서 제가 유의해야 할 점이나 참고가 될 만한 사례가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고용되는 직원은 이미 기반을 갖춘 기업의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적으며, 연봉도 낮고 일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해주는 유형의 직원일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회사에 큰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쌓기 위해 불평을 하지 않고 따라와 줄 것이다.


회사 초창기에는 사업 내용과 방향이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아 적은 인력으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직원 모두가 여러 가지 역할을 겸해서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사장은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러다 회사가 성장기에 들어가면 초창기 멤버들의 회사에서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회사의 성장 속도가 그들의 성장 속도를 뛰어 넘기 때문이다.     


또 회사가 성장하면 예산에 여유가 생겨 각각의 업무에 풍부한 경험이 있는 우수한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초기에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던 직원은 성장기에 입사한 우수한 직원으로 구성되기 시작한 팀에 있을 수 없게 된다. 


초기에는 적절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 직원의 가치가 회사가 성장기에 들어가면 크게 변해 버린다.      


돈도 없고 회사의 시스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때, 설립자의 말만 믿고 무턱대고 열심히 해준 초기멤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 사장은 없다. 직원도 회사생각을 하면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다. 그러나 회사의 단계에 따라 필요한 인재가 다르며, 회사 초기부터 함께했던 것 때문에 능력 이상의 포지션을 주는 것은 또 하나의 실수가 된다. 성장기에는 직원의 교체가 어렵지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효율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기존 인원을 홀대할 때 조직 전체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인재 영입이 의외의 나비효과를 일으킬 위험은 없을까. 사이드 임팩트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재 영입은 리더에게 뜨거운 감자다.     




A사 정 대표는 아버지인 창업주의 뒤를 이어 CEO에 취임했다. 그는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4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A사는 전형적인 굴뚝산업(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수익률은 하락하는 추세고,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잃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트랜드와 IT 산업을 경험한 젊은 정 대표로서는 A사의 근본적인 체질혁신이 필수적이라 판단하여 신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위한 과감한 개혁과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임직원들에게 밝혔다.     


정 대표는 회사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외부인재 영입을 시도했다. 영입 대상은 대부분 유학 시절 동창생 또는 컨설팅 회사 근무 당시 동료였다. 그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정 대표는 기존 A사 기준을 초과하는 고액 연봉을 제시했고, 2명에게는 주거까지 제공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했다. 이런 유인책이 없다면 그들이 한국의 제조기업인 A사에 취업할 이유가 부족했을 것이다.     


다행히 정 대표 노력으로 6명이 A사에 합류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사장 직속으로 ‘미래사업추진팀’을 구성한 뒤 영입인재들을 모두 이곳에 배속시켰다. 미래사업추진팀은 중간결재라인이 없었다. 정 대표는 보고과정에서의 거품을 모두 빼버리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진행을 하고 싶었기에 사장 직보(直報)라인을 구축했던 것.     




미래사업추진팀 인원들은 정 대표가 적극 지원해 주고 있었기에 자부심이 상당했다. A사의 침몰을 구해주러 온 ‘구조 요원’이라는 책임감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은 A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대폭 정리하는 한편, 그와 관련된 인원들도 정리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정 대표에게 여러 차례 건의했다.      


미래사업추진팀의 건의 내용이 사내에 조금씩 알려지게 되자 기존 임직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이 커져갔다. 20년 가까이 A사를 이끌어 온 임원들은 정 대표와 영입인재들에게 일종의 적대감마저 갖는 듯 했다. 

미래사업추진팀 분석대로 A사의 기존 사업영역 수익률은 아주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낮은 수익률을 갖고서도 오늘의 A사를 있게 한 장본인이 기존 임직원들이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기존 인원들의 공로를 알아주기 보다는 은근히 정리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기존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곧 용도폐기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A사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임직원들 중에서 거래처로부터 납품 받을 때 정상가보다 비싸게 사 준 후 뒷돈을 챙기거나, A사가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세금관련 문제들을 국세청에 고발하겠다는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A사는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내게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정 대표는 A사 내부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모럴 헤저드 사건을 내게 설명하면서 기존 임직원들의 낮은 윤리의식에 대해 분개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을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예 썩은 가지들은 다 잘라내 버릴 겁니다. 회사가 그 동안 그들에게 해 준 것이 얼마인데 이런 식으로 회사 뒤통수를 친단 말입니까?”     


부정한 짓을 저지르거나 회사의 약점을 들먹이며 회사를 협박한 임직원들을 결코 잘했다고 옹호할 수는 없다, 다만, 임직원들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데에는 정 대표의 미숙한 행보도 한몫한 것이 아닐까.     




한비자는 <망징 亡徵> 편에서 나라가 망할 것으로 예측되는 다양한 징조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나라 안의 인재를 쓰는 대신 나라 밖의 사람을 구하며, 오랫동안 조직에 충성했던 이들보다 외부의 인재에게 더 높은 지위를 부여할 때’이다.       


나라 안의 인재를 쓰는 대신 나라 밖의 사람을 구하며, 성과가 아니라 주위 평판에 근거해 임용하고, 오랫동안 아래의 관직에 있었던 인재보다 더 높은 벼슬에 오르는 일이 생기면 그 나라는 망한다.     


境內之傑不事 而求封外之士 不以功伐課試 而好以名問擧錯 羈旅起貴 以陵故常者 可亡也          


한비자가 이런 경우를 두고 나라가 망할 징조로 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대략 다음의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추측해 본다.     


첫째, 군주가 위와 같이 행동하면 기존 세력들은 상실감과 패배감을 느끼게 되며,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존 권한으로 나라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개인에게 이익 되는 행위를 하면서 나라를 위태롭게 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새로운 인재들이 과연 끝까지 충성을 다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군주가 새롭게 등용된 인재에만 무게를 둘 경우 이는 불안한 기초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 될 수 있다.      




정대표가 회사의 개혁과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을 위해 외부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한 것은 필요한 일이다. 참신한 인재를 조직에 영입하는 것은 CEO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에게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인재를 영입하고 그 인재를 내부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새로 영입한 인원들에게만 CEO의 애정과 지원이 집중되고 있을 때, 기존 임직원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패배감을 CEO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더구나 새로 영입된 인원들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축소해야 한다거나 기존 임직원들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과연 기존 임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몫을 해낼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될까? 그간 헌신한 결과물이 박탈감에 지나지 않는다면, 가까이 있는 유혹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비리를 합리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리를 저지른 임직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만 정 부사장이 비리의 동기를 제공하지는 않았나 따져보자는 말이다.     



만약 정대표가 이런 조치를 취했으면 어떨까?     


우선 기존 임직원들과는 더 잦은 면담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도 기존 비즈니스 부분도 중요하며,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틀이 될 수 있으니 더 신경을 써 달라는 당부를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기존 임직원들의 자부심과 그 존재감을 살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영입된 인원들에게는 말조심, 행동조심을 강하게 주문하며, 오늘의 A사가 있기까지 기존 임직원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존 인원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고, 원만하게 융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면, 영입된 인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 영입된 인원들이 기존 비즈니스와 임직원들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한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정 대표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외부로 표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 대표가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임직원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더라도 그 생각을 외부에 표출해서는 안 된다. CEO의 그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외부에 표출되자 기존 임직원들은 상실감과 패배감을 갖게 되었고, 신규 영입자들은 우쭐함과 오만함에 사로잡혀 잘못된 처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CEO는 조직원 모두의 역량을 고르게 이끌어내야 하는데, 외부의 인재를 들이면서 기존 조직원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모두의 힘을 결집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한번 조성된 위화감과 박탈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어져 기업 경영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리더가 조직 전체의 이익을 소리 높여 외쳐도 그것이 조직원 개인의 이익과 충돌할 때 그 개인은 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현명한 군주가 위에 있으면 신하들은 사사로운 마음을 버리고 공적인 의리를 행하지만,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위에 있으면 신하들은 공적인 의리를 버리고 사사로운 마음을 행한다. 이렇듯 이해관계에서 군주와 신하는 서로 마음을 달리한다.”     


明主在上 則人臣去私心 行公義 亂主在上 則人臣去公義行私心 故君臣異心      


한비자 <식사 飾邪 6>편에 나오는 말이다.      


조직원들이 회사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대단히 민감하고 중요한 일이다. 회사의 총 책임자인 CEO의 사소한 몸짓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직원들은 CEO의 행동을 나름대로 평가한다. 조직을 개혁하거나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는 두말할 것도 없다. CEO가 현명히 대처를 하지 않으면 각자 ‘사사로운 마음’을 먹게 된다. 당연하다. 상을 주든 안정을 시키든 CEO라면 직원들이 딴 생각을 품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 이것이 CEO의 능력이다.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직원들이 공감하는 공동의 욕구를 가지고 전투에 임할 때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의미다. 리더와 조직원은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그럼 그 반대는?


리더와 조직원이 서로 신뢰하지 않고 생각도 다를 때는 ‘각자도생(各自圖生)’, 자기 살 길만 도모하게 된다. 이런 조직의 앞날은 뻔 하지 않겠는가.     




A사의 뒷 이야기     


미래사업추진팀이 제안했던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결실을 맺는 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때까지는 기존 비즈니스가 A사를 뒷받침해야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용도폐기 될 것이라고 생각한 기존 임직원들 중 일부는 모럴 헤저드를 통해 A사에게 손해를 끼치는 한편, 다른 일부는 경쟁사로 자리를 옮겼다.


결국 A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수익이 급격히 하락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자 A사의 자금사정은 악화되어 전 직원들의 연봉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자 정대표가 영입했던 외부 인원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전부 사표를 내고 다른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대표는 그 제사야 기존 비즈니스의 고마움을 깨닫고 이를 정상화시키느라 동분서주 중이다.     


이런 일이 내 조직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 없다.


리더가 외부 인재 영입을 효율성에만 근거해서 손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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