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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Feb 02. 2016

직원에 대한 보상은 시우(時雨) 같아야...

조우성 변호사의 한비자 리더십

▶ 생각의 테마     

회사 규모가 조금씩 커지다보니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됩니다. 회사가 작을 때는 서로에 대해 정보가 많다보니 개인적으로 챙겨줄 수 있는 것도 많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관계 설정이 어려워졌습니다.
큰 회사에서 시행하는 복지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로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자아실현’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금전적인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제한된 리소스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중소기업 사장 입장에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사장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해주기 바란다. 하지만 ‘회사는 어차피 사장님 것인데, 직원이 사장마인드를 갖는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는 현실을 만나고는 힘이 빠지기도 한다. 


동기부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모든 사장님들의 고민거리다. 동기부여에 관해 한 가지 정답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가 처한 상황, 조직원들의 성격 등을 모두 감안한 최적의 방식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다만 동기부여와 관련해서 사장 입장에서만 매몰돼서는 보상을 하고서도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J사의 류 사장     


그는, 자신이 원하는 속도만큼 직원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동기부여의 방법으로 ‘이 달의 우수 직원 이벤트’를 기획했다. 


대표이사, 팀장들이 투표를 통해 1달에 한 명씩 우수 직원을 뽑아, 그 직원에게 포상금으로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200만 원은 J사 직원들의 월 평균 급여수준에 비추어봤을 때 의미 있는 금액 수준이었다. 

류 사장은 이 이벤트가 직원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일으켜 직원들의 능률과 생산성을 높이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우수 직원을 선정해서 발표하자, 다른 직원들은 그 직원이 왜 우수 직원으로 뽑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 희한한 것은 우수 직원으로 뽑힌 직원조차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해했다. 이벤트가 계속 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서로 우수 직원으로 선정되지 않으려는 묘한 분위기까지 생겼다. 


류 사장은 야심차게 시작한 이벤트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류 사장은 팀장으로부터 최 대리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J사 내부적으로는 직원 부모님 병원비에 대해서 별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하지만 류 사장은 최 대리를 사장실로 조용히 불러 전후 사정을 물어 본 다음 병원비에 보태라며 50만 원을 건넸다. 최 대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해했다. 류 사장 역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류 사장은 ‘이 달의 우수 직원 이벤트’를 없앴다. 


대신 팀장들로부터 직원들의 집안 사정이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을 파악한 뒤 직원을 개별적으로 불러서 면담하고 그 직원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해 주었다. 물론 비용처리는 회사의 공식 경비지출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류 사장은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 훨씬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직원들이 류 사장을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류 사장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주니 크게 고마워하더군요.”


많은 사장들이 직원들을 분발하도록 독려하면서 가장 많이 시도하는 방식이 ‘금전적인 보상’이다.

류 사장 역시 1달에 1명의 직원을 선정해서 200만 원을 준다면 직원들은 충분히 그 상금을 노리고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류 사장이 기대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류 사장은 ‘사장이 주고 싶은 것’을 ‘사장이 정한 때’에 주려 했을 뿐, ‘직원들이 받고 싶은 것’을 ‘직원들이 원하는 때’에 주지 않았다. 때문에 200만 원이라는 돈을 주면서도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몇 달 비가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간절히 비를 원하고 있다.

그 때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사람들은 그 비를 정말 고마워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상을 내리고자 하면, 때 맞춰 내리는 고마운 비(時雨)처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현명한 군주가 상을 줄 때에는 포근함이 마치 시우(時雨 ; 때 맞춰 내리는 고마운 비)와 같아서 백성들은 그 혜택을 좋아한다. 


明君之行賞也, 暖乎如時雨, 百姓利其澤     


한비자는 신하와 백성들을 면밀히 살펴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챙겨주고, 받는 이는 그 베풂을 고맙게 여길 수 있어야 진정한 상(賞)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자. 여기 좋은 것이 있으니 이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라!’라는 식의 제안은 자칫 잘못하면 모욕으로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시우(時雨)가 아닌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는, 비를 맞는 사람에겐 성가신 불편함만을 줄 뿐이다. 실제 경험했던 사례 하나를 더 소개한다.     


D사의 김 사장은 다른 임원들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장 직속 ‘비서실’ 인원 5명을 별도로 임명했다. 이들은 사장의 뜻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별도의 친위대 성격을 갖고 있었기에, 회사 안에서는 ‘5인방’으로 불렸다.     


5인방은 지휘계통을 뛰어 넘어 다른 임원들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직접 사장에게 보고를 했다. 사장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5인방에 대한 다른 임직원들의 시선은 당연히 별로 곱지 않았다. 하지만 김 사장의 5인방에 대한 애정이 워낙 컸기에 다른 직원들은 싫어도 아무 불평을 하지 못했다.      


그 5인방의 우두머리인 박 과장은 김 사장의 오른팔이라 불렸다. 


박 과장과 나는 D사의 소송을 같이 맡아서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박 과장이 어느 날 사표를 냈다. 워낙 김 사장의 신임을 받고 있던 박 과장이 갑자기 사표를 내자 회사에서는 모두 그 이유를 궁금해 했다. 나 역시 그 이유가 알고 싶어 작별인사를 하러 온 박 과장을 붙잡고 집요하게 이유를 물었다. 박 과장은 머뭇거리다 뜻밖의 설명을 했다.     




박 과장 어머니는 몇년 전부터 신부전증 때문에 1주일에 두세번씩 신장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가야 했고, 밤에는 때 맞춰 계속 약을 복용해야 했다. 미혼인 박 과장은 자신이 좀 더 많은 시간을 어머니에게 할애해서 병간호를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자신이 박 과장을 총애한다는 이유로 잠시도 박 과장을 곁에서 떼어 놓지 않았고, 새벽까지 박 과장을 잡아 둔 채 회사의 미래 비전을 힘주어 말하고 나아가 자신이 얼마나 박 과장을 신뢰하는지 강조했다. 


“사장님이 신경 써 주시는 것은 참 고맙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게는 어머니를 제대로 모실 시간과 병원비가 더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사장님은 계속 술만 사 주시면서 미래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데, 그 말씀만으로는 제 힘든 부분이 해결이 안되더라구요. 이번에 옮기는 곳은 제 개인시간을 더 쓸 수 있고, 연봉도 좀 올랐습니다. 저를 믿어 주신 사장님께는 무척 죄송한 마음입니다.’


박 과장의 갑작스런 사표에 김 사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김 사장은 나에게도 ‘박 과장은 나를 배신한 놈입니다.’라면서 화를 냈다. 


한편으로는 박 과장이 좀 더 솔직하게 자기 사정을 김 사장에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김 사장이 항상 원대한 포부를 이야기하는데 박 과장이 그 앞에서 개인적인 문제를 얘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박 과장이 이해되는 점도 있었다.      




김 사장은 자신이 박 과장을 누구보다 배려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그로부터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박 과장 입장에서는 김 사장이 밤늦게까지 박 과장을 앉혀놓고 미래를 이야기하며 술잔을 나눈 것이 오히려 어머니를 간호할 시간을 빼앗아 버린 결과가 되었다. 김 사장의 박 과장에 대한 애정표현은 적어도 박 과장에게는 시우(時雨)가 아니었던 것.     


김 사장이 미래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말하는 것에 더하여, 박 과장 개인의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를 세심하게 파악했다면 이처럼 갑작스런 이별은 없었으리라.     




옛사람들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첫째, 다른 사람이 차별대우 같은 것을 느끼지 않도록, 주는 내용을 공개하지 말고 개별적으로 주는 것이 좋다.     

둘째, 가장 아쉬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좋다.

셋째, 조금씩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주는 것이 좋다.     


많이 베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같은 것을 베풀어도 그 때와 정도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베푸는 것에 있어서도 그에 맞는 정도(正道)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주는 것은 지혜의 경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장의 직원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때와 정도가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일방적인 퍼주기에 불과하여, 직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만다.


사장이 주고 싶은 것을 사장이 원하는 때에 주는 것으로는 직원들이 고마움을 갖지 못한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직원들이 원하는 때에 주기 위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과연 현재 사내 보상시스템이 조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그 보상을 받은 조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가 정말 믿음을 주는 직원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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