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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Feb 09. 2016

글쓰기 연습(2) 과거의 나에게 조언하듯 써라.

조우성 변호사의 글쓰기 공부

글을 쓸 때 구체적인 독자를 머리에 떠올린 뒤 그에게 조언하듯 글을 쓰면 도움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번 실험해 봤습니다.

어디서 청탁을 받아 ‘관계매니지먼트’ 관련 글(수필; 원고지 8장 분량)을 써야 하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핵심 메시지를 담으려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에 너무 민감해지지 말라 /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 


그냥 주저리 주저리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의 나’가 제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 동안 살면서 경험했던 지혜를 전해 주려는 심정으로 

써봅니다.     




<우선 과거의 저에게 대화체로 말하듯 써봅니다>     


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욕심이 있어. 맞아. 그건 말그대로 욕심이야. 그렇게 살아가다간 너무 많은 감정소모를 하게 돼. 결코 쉽지도 않고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더라.

사람 관계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아. 내가 잘한다고해서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더라구. 마음도 변하고, 상황도 변하잖아?


그렇게 따져보면 변수가 4개야. 내 마음, 상대방 마음. 내 상황, 상대방 상황.

이 4가지 변수가 수시로 변하는데 어떻게 처음 먹은 마음이 그대로 유지되겠나?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앞으로 살아가다보면 좋았던 관계가 멀어지고 언젠가는 서로 연락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속쓰린 경험을 하게 될거야. 정말 처음에는 속 진짜 쓰리고 마음 아프더라. 그런데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니 내가 힘들어서 안되겠더라구.


중국 속담에 이런 게 있어.


有緣千里 來相會, 无緣對面 不相逢

(유연천리 래상회, 무연대면 불상봉)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에 있어도 만날 수 있으나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만날수 없다.'      


멋진 말 아냐?

내가 할만큼 노력했어도 관계가 유지되지 못했다면 그건 그 사람과의 인연이 다 한거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고.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참 편해지더라.

언제 헤어지게 될까 두려워하지도 고민하지도 말고 그 사람과의 인연이 이어지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그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 봐. 

인연따라 모이고 인연따라 흩어지는 것이 인간관계라 생각하렴,

그런 마음이 네 중심을 잡아줄 거야. 너를 대하는 사람들도 너를 편하게 여길거구. 알겠지? 조우성?     





<정서체>  - 원고지 8장 분량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실제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꽤나 큰 감정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좋았던 관계도 변한다. 심지어 순식간에 변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변한 관계로 인해 상처입는다.      


관계가 왜 변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관계 변화의 이유는 이렇다.     


우선 내 '마음'이 변한다. 그것을 싫증이라 표현하든 자각이라 표현하든. 

물론 상대방 '마음'도 변할 수 있다.

또 내 '상황'이 변한다. 마음은 변하지 않았지만 변화된 상황이 나를 몰아세울 경우 내 마음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 '상황'도 변할 수 있다.     


이렇듯 나와 그 사람 사이에는 ‘내 마음’, ‘내 상황’, ‘상대방 마음’, ‘상대방 상황’이라는 4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그 변수들이 씨줄 날줄로 엮여 변해 가기 때문에 관계도 다양한 양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글귀가 있다.


有緣千里 來相會, 无緣對面 不相逢(유연천리 래상회, 무연대면 불상봉)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에 있어도 만날 수 있으나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만날 수 없다.'      


중국 속담이란다.

이 글을 읽고 나는 무릎을 쳤다.      





‘인연!’


너무도 흔해 빠진 단어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본질을 건드리는 개념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 관계가 유지되지 못했다면, 그와 내 인연이 다 한 것이라 생각하자. 인연이 다 했을 뿐, 내 잘못도 그 사람 잘못도 아니다. 그러니 마음 아파하지 말자. 언젠가 다시 인연이 닿으면 예전처럼 만날 수 있으리니.     


‘인연’이란 녀석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무책임하게 보이나? 꼭 그렇진 않다. 


이 인연이 언젠가는 다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최선을 다해 이 인연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자. 

사람의 관계에도 계절이 있다. 추운 겨울이면 꽃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

그러니 만나고 헤어짐에 너무 많은 마음을 싣지 말자. 


이런 태도는 내 중심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나를 대하는 상대방에게도 따뜻함과 편안함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 오래 간다..     


인연따라 모이고 인연따라 흩어진다 생각하니 사람과의 관계에서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조금씩 줄어든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






관련글 : 글쓰기 연습(1) : 외면일기를 써보라

https://brunch.co.kr/@brunchflgu/800


KBS 아침마당 특강 

https://brunch.co.kr/@brunchflgu/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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