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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Feb 08. 2016

글쓰기 메쏘드 - 외면일기를 써보라

조우성 변호사의 글쓰기 공부

미셀 투르니에는 그의 책 <외면일기>에서,

작가가 되려면 하나의 사건을 두고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글을 써보라고 권한다. 

그는 이를 두고 '외면일기'라고 표현했다.


보통 '일기'는 자기 관점에서 Fact 위주로 쓰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머물지 말고

1) 내 관점에서도 좀 더 감정을 집어넣어 표현해 보고,

2) 나아가 상대방 관점,

3) 제3자 관점에서도

그 사건을 서술해 보는 연습을 해보라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어보고 연습삼아 흉내 내 보았다.

확실히 관점을 달리해 보니 하나의 사건에서부터 여러가지 이야기가 파생될 수 있을 것 같다.







● 기초 사실관계


오늘 커피점에서 친구를 만났다. 돈 20만 원을 1달만 빌려달라고 했다. 여유가 없었지만 친구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어서 빌려주었다.     


● 관점 1 : 나의 관점     


“돈이 정말 급해서 그래. 20만원...만 빌려줄래? 1달 후에 꼭 갚을게.”


녀석은 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손은 초조하게 무릎 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럴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리 큰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아니면서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우스울 것 같아 포기했다.


내 통장에 얼마가 남아 있더라?

엊그제 아르바이트 비가 입금되었으니 30만 원 조금 넘게 있으리라. 그 중에서 20만 원을 빌려주고 나면 10만 원 남짓 남는 건데...

정말 녀석이 한달 만에 갚을 수 있을까? 만약 못 갚으면 나도 곤란해지는데. 누구 말대로 이거 돈 뜯기고 우정도 금이 가는 거 아냐.


“응... 내가 마침 아르바이트 비 받은 게 있어서 빌려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나도 조만간 그 돈이 꼭 필요하거든. 1달 뒤에 꼭 갚아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겠지?”

녀석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응, 꼭 갚을게. 실망시키지 않을게.”

에이.. 무슨 실망씩이나. 괜히 부담을 줬나... 미안하네.

그래, 이 돈이 네게 큰 도움이 된다면 나도 그걸로 충분히 기쁘다.     




● 관점 2 : 상대방의 관점     


돈을 빌린다는 게 이렇게 난감한 일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말을 꺼내는 것보다 완곡한 거절의 말을 듣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문득, 예전에 나는 친구의 부탁에 대해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봤다. 너무 쉽게 거절한다고 말해서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없는지...     


“돈이 정말 급해서 그래. 20만원...만 빌려줄래? 1달 후에 꼭 갚을게.”


동철에게 이 말을 하고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썩 친한 친구사이는 아니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한 녀석들은 전부 거절했다.


만약 무슨 용도로 빌리느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다른 친구들은 빌려주지도 않을 거면서 첫 마디에 ‘어디에 쓸 건데?’라는 말을 먼저 물었었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토달지 말고 빌려주면 안되나.

난 또 한 번 거절당하리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뜻밖에도 동철은 선선히 빌려주겠다고 했다.

녀석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 있다고 했다.

열심히 사는구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번 일만 처리하고 나면 나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야겠다.


동철이 마지막에 부탁을 했다. 꼭 1달 후에 갚아주면 좋겠다고.

응, 꼭 그럴게.

돈 거래 잘못해서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아.

이번 일로 동철을 다시 보게 됐다. 고맙다. 친구.     





● 관점 3 : 커피점 아르바이트생 입장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문득 옆 자리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돈이 정말 급해서 그래. 20만원...만 빌려줄래? 1달 후에 꼭 갚을게.”


내 또래로 보인다.

친구사이에 돈 얘기하는 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으리라.

성격상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저런 부탁을 해 본 적이 없다.


슬쩍 그 테이블을 쳐다봤다.

돈을 빌리는 쪽은 고개를 들지 못한다. 부탁을 받은 쪽도 난감해 하긴 마찬가지다.

아...이 어색함. 저 부탁으로 친구 사이가 서먹해지지는 않을까.


어? 그런데 부탁받은 쪽에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아르바이트 비 받은 걸로 말이다.

나 같으면 턱도 없는 일이다. 아르바이트를 해보면 돈 만 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게 되거든.


저것 봐. 도움을 청한 쪽이 정말 고마워하네.

뭔가 절박한 사정이 있었나 보군. 20만 원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걸까? 꽤나 애매한 돈인데 말야.

그래도 친구 부탁을 저렇게 들어주는 모습은 보기가 좋네.


두 사람 다 커피를 비웠군. 보자.. 매니저가 자리를 비웠네.

원래는 안 되지만  매니저 몰래 커피를 리필해줘야겠다.      




https://brunch.co.kr/@brunchflgu/805



KBS 아침마당 특강 

https://brunch.co.kr/@brunchflgu/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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