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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an 10. 2016

왜 맞고만 있냐? 누가 널 지켜줄 것 같아?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우리 반에는 같은 고아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A와 B가 있었죠.

A는 키가 작아서 2번. 

B는 키가 크고 싸움도 잘하고 나이도 우리보다 2살 정도 많았습니다.


어느날 A가 다른 친구 C와 싸움이 붙었습니다.

A는 덩치가 작아서 C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죠.


반장인 저는 반장이라 싸움을 말리려고 했는데, A는 맞으면서도 C에게 달려들어서 계속 뒤엉켜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지켜보던 B가 책상을 뒤엎고는 A와 C에게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순간 다들 긴장. A와 C도 싸움을 멈추고 B를 돌아봤습니다.


B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정말 놀랍게도 B는 C가 아닌 같은 고아원 친구 A를 패기 시작했습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A는 엄청나게 맞았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C뿐만 아니라 우리 반아이들은 전부 다 하얗게 질렸습니다.


A가 쓰러지자 B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당시 B의 표정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너를 지켜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
맞고만 있을려면 싸움을 하지 말든가.
싸움을 했으면 이기든가...'

뭐랄까, 이런 메시지를 전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생으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하지만 그 아이라면 달랐겠지요.


어떻든 그 날 이후 아무도 A를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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