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경제사범이 되어 징역형을 마치고 나온 P는 이를 악물었다.
한 때 P가 몇 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때는 주위에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모여 들었다. 어떻게든 P의 눈에 들려고 굽신거리기까지.
그런데 사기 및 횡령이 문제가 되어 본인은 구속되고 회사가 풍비박산나자 그 동안 자기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P를 떠났다.
2년 6개월간. P는 감방 안에서 이를 갈았다.
내가 나가면 반드시 재기하리라. 재기해서 내 곁을 떠난 모든 이들에게 복수하리라. 특히 내가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사람들에겐 무릎 꿇고 사과하도록 만들어 주리라. 그 복수의 힘이 P를 버티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이었던 맹상군이 군주의 신임을 받고 부귀가 극성했을 때는 휘하에 식객이 수천 명 있었으나, 군주의 신임을 잃어버린 이후에는 그 많던 식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경험했다.
결국 맹상군은 식객 풍환의 덕에 다시 복직을 하게 되었는데(관련 고사성어가 ‘교토삼굴’), 맹상군이 이렇게 복직을 하자 예전의 식객들이 다시 맹상군에게 몰려들었다. 이를 본 맹상군은 화가 나서 그들을 내쫓으려 했다.
“내가 하루 아침에 쫓겨나는 것을 식객들이 보고는 모두 나에게 등을 돌리고 떠났소. 이제 풍환 선생 덕분에 복직하였는데 예전의 식객들이 도대체 무슨 면목으로 나를 다시 본단 말이오. 만약 나를 다시 보려하면 반드시 그 얼굴에 침을 뱉고 크게 욕을 보일 것이오.”
그러자 풍환이 이를 말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사물에는 반드시 이르는 것이 있고, 일에는 진실로 그렇게 되는 도리가 있는데 군께서는 이를 알고 계십니까?”
그러자 맹상군은 화가 난 목소리로 “나는 어리석어 선생이 말하는 바를 모르겠소.”라고 퉁명스레 답했다.
그러자 풍환은 말을 이었다.
“지금 군이 직위를 잃고 빈객이 모두 떠나간 것을 두고 그들을 원망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원망한다면 이는 선비들이 다시 공에게 돌아오는 길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원컨데 군께서는 옛날처럼 객을 대우하여 주십시요.”
그 말을 들은 맹상군은 크게 깨달은 바 있어 풍환에게 두 번 절하며 말하길
“삼가 그 명에 따르겠소. 선생의 말씀을 듣고 어찌 감히 가르침을 받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 사기, 맹상군열전 중에서 -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
산전수전 다 겪은 노(老) 정객(政客)은 분노와 복수심에 불탄 주군에게 이렇게 조언을 한다.
사마천은 이 사례를 통해 이익에 초연하기 힘든 것이 팍팍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라는 것을, 따라서 이런 모습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준엄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나 역시 의뢰인 P에게 풍환의 이 조언을 들려주며, 마음을 내려놓으시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