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37)

by 김준식

조금씩 조금씩 어려워진다. 하지만 아이들이 완벽하게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중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들어보고, 같이 이야기하고, 또 짧은 생각을 글로 써 본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삶의 저변이 많이 넓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3시간 분량의 교재이다. 표지 그림처럼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아이들도 저렇게 다양한 높이로 익어 갈 것이다.



E. ‘욕망’은 어떻게 생겨날까?


1. ‘욕망’이란 무엇인가?


‘욕망(欲望, Desire)’을 알기 쉽게 말한다면 '뭘 하고 싶다'라고 하는 것이다. 순 우리말로는 ‘바람’이라고 하며, 말의 어미에 ‘~싶다’로 표현된다. 좀 더 넓게 이야기하면 ‘꿈’, ‘소망’, ‘목표’ 또한 ‘욕망’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욕망’은 일반적으로 세 갈래로 이해된다. ‘욕구(Needs)’와 ‘요구(Demand)’ 그리고 ‘욕망’이다. ‘욕구’는 생리적인 충동(몸이 원하는 것)으로서 거의 무의식이 원하는 것이라면, ‘요구’는 논리적 언어를 통해 ‘욕구’가 표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로는 자신이 품은 ‘욕구’를 완벽히 표현할 수 없으므로 ‘욕구’와 ‘요구’의 사이에 ‘욕망’이 존재한다. 따라서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약 이미 충족된 상태라면 그것은 이미 ‘욕망’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이다.


조금 다른 생각으로 ‘욕망’을 바라보면 ‘욕망’은 모든 감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상(理想)’이나 ‘신념(信念), ‘봉사(奉事)’와 같은 것도 넓은 범위에서 본다면 결국 ‘욕망’의 한 갈래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욕망’은 거의 부정적으로만 여겨지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욕망’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좀 더 크게는 인류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있다. 실제로 이 ‘욕망’이 우리에게서 사라진다면 아마도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 질지도 모른다.


‘욕망’과 ‘욕심’은 비슷해 보이지만, ‘욕망’은 비교적 긍정적인 의미에도 쓰이는 경우도 있는 반면 ‘욕심’은 거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또 인식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적절한 정도의 ‘욕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욕망’은 주변인에게 피해를 입히기 쉽고 심지어는 자신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2. 라캉[1]이 말한 ‘욕망’의 탄생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욕망’에 지배당하다가 삶을 마친다. 그러면 이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라캉에 의하면 욕망은 결핍(부족함)[2]에서 온다. 결핍을 설명하기 위해 라캉은 기표, 기의

[3]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라캉이 이야기한 ‘욕망’ 이란 ‘기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기의’의 세계를 잘라서 기호화할 때 생기는 빈틈(결여, 결핍)을 욕망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즉, 앞서 말한 ‘욕구’와 ‘요구’ 그리고 ‘욕망’의 구분을 가져와 라캉의 이야기를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욕구’는 절대로 저절로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은 ‘요구’를 통해(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충족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욕구’와 ‘요구’ 사이에는 언어가 있다. 하지만 언어는 세상을(자신의 뜻을) 온전히 담을 수가 없다. 이를테면 자신의 ‘욕구’를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은 기호화(기표나 기의)되지 못하고 남는데 바로 그때 그것을 결핍이라 부른다. 이것이 곧 ‘욕망’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3.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


미국의 인지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해럴드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 1908 ~ 1970)는 인간의 욕구(Needs)가 그 중요도 별로 단계를 형성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5단계로 인간의 욕구를 분류하였는데 각 욕구는 위계(피라미드 형 위계)를 가진다. 5단계의 욕구는 다음과 같다.


1)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로서 가장 기본인 의복, 음식, 주거를 향한 욕구에서 번식을 위한 ‘성욕’까지를 포함한다.


2) 안전의 욕구(safety)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고서 나타나는 욕구로서 위험, 위협, 그리고 타인에게 자신의 소유물을 뺏기지 않으려는 욕구까지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이다.


3) 애정·소속 욕구(love/belonging)

가족, 친구, 친척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4) 존중의 욕구(esteem)

애정·소속 욕구를 넘어 존재하는 욕구이다. 자아존중, 자신감, 성취, 존중, 존경 등에 관한 욕구가 여기에 속한다.


5)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 ‘성장 욕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식을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예술적 감흥 등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각 단계를 매슬로우는 다시 2개의 영역으로 분류한다. 즉, 결핍 욕구와 성장욕구가 그것이다.


결핍 욕구는 한 번 충족되는 순간 더 이상 욕구 충족의 동기로서 작용하지 않는다. (또 다른 결핍이 생기기 전까지 만 그렇다.) 대부분의 욕구가 여기에 속한다. 생리 욕구, 안전 욕구, 소속(사회성) 욕구, 존경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가 하면 성장 욕구는 욕구 충족이 될수록 점차적으로 그 욕구가 더욱 증대되는 욕구이다. 대표적으로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일반 욕구를 넘어섰다고 하는 뜻에서 메타(범위를 넘어 존재하는) 욕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각주

[1]

자크 라캉 (Jacques Lacan, 1901~1981)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이자 사상가. 언어학과 구조주의 그리고 프로이트 심리학을 토대로 하여 인간 삶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욕망의 문제를 주된 이론적 관심으로 삼았다. 그의 연구는 인간이 욕망의 주체임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새로운 인간 철학과 담론 이론의 기초가 될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

라캉의 구조주의 욕망 이론


[3]

기표(記表, 프랑스어: signifiant 시니피앙)와 기의(記意, 프랑스어: signifié 시니피에)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스위스의 언어학자로 근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로 불림)에 의해 정의된 언어학 용어이다. ‘시니피앙’은 프랑스어 동사 ‘signifier’의 ‘현재분사’로 ‘의미하는 것’을 나타내며, ‘시니피에’는 같은 동사의 ‘과거 분사’로 ‘의미되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즉, 기표란 우리가 느끼는 감각적 측면으로, 예컨대 ‘산’이라는 말에서 ‘산’이라는 문자와 ‘san’이라고 읽히는 음성을 말한다. 기의는 이 기표에 의해 의미되거나 표시되는 ‘산’의 이미지와 ‘산’이라는 개념 또는 의미 내용이다.(그 사람은 ‘산’과 같은 사람이다.) 기표와 기의를 하나로 묶어 기호(記號, 프랑스어: signe 사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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