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과 주변에 대한 고찰-
목요일 수업을 하고 금요일은 출장이라 토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글을 쓴다.
지난 시간 우리가 학습한 내용은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간 본성을 이야기하면서 ‘중심 인성’과 ‘주변적 인성’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하였다.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이면서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속성으로서 경험적 생활환경을 통해서 쉽게 변하지 않고, 인간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것을 ‘중심 인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후천적 경험적으로 형성되는 측면으로서 개인과 개인이 구별되는 차이 정도의 ‘주변적 인성’이다.”
우리는 여기서 中心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칠판에 컴퍼스로 원을 그렸다. 원을 그릴 때 컴퍼스의 움직이지 않는 점이 바로 중심이다. 아이들은 그 정도는 안다는 표정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커다란 함의가 있다. 원을 칠판에 그리는 것처럼 우리의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금방 중심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위 인간 본성을 설명하는 ‘중심 인성’에서의 중심은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인데, 그 중심을 우리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위 원을 그릴 때처럼 움직이지 않는 부분이 중심이라고 이야기했다. 우리 마음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또는 어떤 부분이 움직이지 않는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은 사람들의 중심 인성은 다르다는 의미이고 그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또 있다. 중심을 두고 원을 그리는 각자의 삶이 있다고 치자. 우리 삶 전체에 영향을 주는 원을 그린다면 그 중심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만약 한 점을 정했다면 그렇게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아이들은 의외로 덤덤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르치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삶의 경험이 짧기 때문에 중심에 대한 고민이 덜하거나 아니면 아직 내 설명이나 이 주제가 온전히 파악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실 잘 몰라도 크게 문제는 없다. 14~6세의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서 중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게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과정 속에 아이들을 이렇게 혼란에 빠지게 하는 과목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우리 교육의 상황이고 보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한편으로 다행스럽고 또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중심이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주변이 결정된다. 중심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 주변이다. 주변의 영역도, 주변의 깊이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한 명 한 명에게 물어본다. 자신의 삶에서 중심을 삼을 만한 점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다음 시간에는 그 중심에 대하여 글을 쓰기로 했다.
이 단원은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인데 그 바닥을 훑다 보니 이런 주제를 다루며 아이들과 나는 험난한 철학의 파도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래도 참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다! 그렇지?” 물었더니 아이들이 슬며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