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제동

by 김준식

萬物齊同*


固長吾黃嘴 (고장오황취) 길고 야문 내 노란 부리,

白翼䎉所雅 (백익휼소아) 흰 날개 짓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不爭外相觸 (부쟁외상촉) 다투지도 다그치지도 않으니,

可哀此世間 (가애차세간) 불쌍하다 인간세상이여.


2021년 7월 9일 점심시간. 점심시간 산책을 하며 자주 백로를 본다. 며칠 비가 와서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다시 모습을 보여준다. 흰색의 날개 짓이 우아한 새다. 백로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 백로는 배 고프면 먹고, 고요하게 서서 뚫어지게 그러나 담담히 세상을 보다가 문득 발자국 소리 들리면 날아오르고 다시 내려앉는다. 홀로 지내니 다툴 것도 없고, 또 누군가 무슨 목적으로 다그치지도 않는다. 하여 백로는 우리들의 세상살이를 어쩌면 안타깝게 바라볼 수도 있다.



* 만물제동은 『장자』를 관통하는 생각이다. 특히 ‘추수’ 편에 사물을 판단할 때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바로 그 사물의 입장에서 파악하여야 한다는 만물제동의 원리가 나온다. 이 평등은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공정’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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