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했다. 말 그대로 放學이다. 배우는 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방학이다. 배우는 일은 사이사이 쉬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배우는 일이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중고 법정 수업 일수(190일)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압도적으로 많다. 2018년 기준 OECD 평균은 182~3일 정도다. 학교에서 일주일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학생들의 수업 시간을 따져보면 우리나라 아이들이 모두 대단해 보인다. 이렇게 되니 대한민국 중고생 80%는 학교를 전쟁터로 여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190일 중에 통상 1학기에 96~7일을 하고 2학기에 94~3일을 한다. 물론 학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다. 그 사이 방학이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이 기간을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다. 즉,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교사들은 학교를 벗어나 일정한 장소에서 자기 연찬과 더불어 다음 학기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다. 2011년에 개정된 이 조항에 대해 최근 몇 단체가 시비를 걸기도 했는데 본질적으로 교육문제가 아닌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어쨌거나 우리 학교도 오늘부터 8월 22일까지 긴 방학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방학 때 부쩍 성장한다. 몸도 마음도 많이 성장하는데 학교가 주는 압박과 제한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학교가 아무리 자유로워도 학교 밖보다는 덜 자유롭다. 그러니 이 귀중한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계획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 삶이 계획대로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생각만이라도 이런저런 일들을 구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방학 숙제를 부여하지 않아야 하는데 부모님들의 성화에 이기지 못하여 우리 학교도 각 과목별로 약간의 숙제를 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집도 편안하지 못하다.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들의 방학은 대단히 다채롭고 알차다. 여러 가지 연수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익히고 다른 선생님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교육적 동기와 에너지를 얻는다. 나 역시 그러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다만 2020년부터 코로나로 선생님들의 이런 활동이 매우 제한되고 심지어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쉬울 뿐이다.
코로나가 없으면 오늘은 멀리 학교 밖에서 맛있는 점심과 한 학기 동안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을 것이지만 엄중한 코로나 상황이라 점심도 같이 먹지 못했다. 하여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1학기를 잘 마무리 해 주신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