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 랜드 리뷰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는 순간 조금 찜찜했다. 뭔가 아쉽기도 하고 뭔가 뒤엉킨 느낌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유를 찾아보려 했지만 모호한 느낌은 오래 계속된다.
Jazz라는 음악이 있다. Jazz는 크게 블루스 음악의 범주에 속한다. 블루스(Blues)는 Soul이나 R&B보다 더 큰 범주의 음악 장르이다. 블루스는 강한 감정과 간절함이 묻어나는 음악이다. 알고 있는 것처럼 블루스는 흑인들, 아프리카가 고향인 노예들이 아메리카로 유입되어 오면서 흑인 고유의 음악에 그들이 살고 있는 아메리카의 풍토가 적절하게 흡수되어 형성된 음악이다.
재즈는 미술로 치자면 추상화에 가깝다. 구상의 정형성을 지워버린 추상회화처럼 재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이다. 즉 작곡자의 악보를 넘어서는 연주자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녹여낸다. 하지만 규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규칙 아래 연주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jazz로서는 매우 정형적이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 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는 City Of Stars는 일견 Pop에 가깝게 들릴 정도다. Start A Fire처럼 재즈와 로큰롤이 혼재된 음악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재즈의 정형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엠마 스톤(미아 역)의 연기는 경계선을 걷는다. 밋밋하다가 가끔은 진폭이 크다. 뭐라 딱 부러진 평가를 내놓기에는 영화 내부에서 그녀가 가지는 감정들이 너무나 혼란스럽다. 이와 비슷하게 고슬링의 적절함을 넘은 파토스는 오히려 영화를 늘어지게 한다. 따라서 영화는 마치 꼴라쥬(Collage)같은 이야기들이 끝내 일관성을 회복하지 못한 채 끝이 나고 만다.
영화를 관람한 평균적인 감성의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광고 문구에 등장하는 ‘몽환적’이라거나 ‘낭만적’이라는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재즈 음악을 좋아하거나 두 주연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영화는 로맨스와 재즈, 그리고 뮤지컬의 장점을 섞으려다 과한 욕심인지 아니면 너무나 주의를 기울였는지는 모르지만 재즈와 로맨스가 뜬금없이 느껴진다.
첫 장면이 주는 신선함과 두 주연 배우가 공원에서 춤추는 장면, 그리고 미아의 마지막 오디션 후 대낮 공원에서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치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런 활력과 아름다움에 대한 견해, 이를테면 미아의 오디션에 삽입된 The Fools Who Dream의 가사처럼 재즈 본령에 가까운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영화의 흐름은 종반부에서 돌연 진부한 생활형 로맨스로 추락하고 만다.
백인 라이언 고슬링이 연주하는 흑인들의 음악 재즈, 그리고 역시 백인 여자 주인공 엠마 스톤이 부르는 낮고 가는 재즈 음악은 분명 우리가 아는 정통 재즈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나는 영화 내내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음악에 심취했다. 재즈음악이 가진 블루스의 정신, 이를테면 짙은 감정표현과 강렬한 음색 등이 영화의 혼란스러움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 영화가 가지는 작은 위로는 그래도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