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승리

by 김준식


파슈토어를 쓰는 종족이라는 뜻의 ‘파슈툰’ 족이 사는 나라 아프가니스탄(파슈토어를 쓰는 땅이라는 뜻), 그 나라의 國是는 “알라 이외의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이다.”이다.


그 나라에는 ‘탈레반’이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있다. 탈레반의 사상적 기원은 인도 출신의 이슬람 근본주의 신학자 ‘아불 알라 마우두디’의 신학에서 출발한다.(아이러니 하지만 마우두디는 말년에 평소 그가 혐오했던 기독교 문화의 중심지 미국 뉴욕에서 잘 살다가 죽었다. ) 벌써 ‘근본주의’라는 말 자체가 주는 불편함이 있다.


어쨌거나 그 근본주의에 영감을 받아 탈레반들이 만든 것이 ‘파슈툰왈리’인데 이것은 파슈툰족 토착민들에게 내려오는 전통 생활양식에다가 근본주의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중요한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정의와 복수’ ‘용맹’ ‘성실’ ‘믿음’ ‘존경, 긍지, 용기’ ‘여성의 보호’ 등이 있다. 여기서 ‘여성의 보호’가 조금 문제시되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보호는 우리가 아는 보호와는 거리가 좀 있다.


탈레반은 파슈토어로 ‘학생들’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1994년 ‘모하마드 오마르(무자헤딘에 가입하여 소련과의 전투에서 다쳐 애꾸눈의 전사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짐)’를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서 아프가니스탄 내전 중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핵심 구성원들은 앞선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의 ‘무자헤딘’ 출신과 마드라사(이슬람의 모든 학교를 가리키는 통칭어)에서 근본주의 신학(위의 마우두디의 주장)을 주입받은 전쟁고아들이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현재의 아프간 남부 파슈툰족 출신들이었다.


그 탈레반들이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현재의 정부를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고 외신이 전한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이 망한 것처럼 보도 하지만 엄밀이 말해 정권이 교체된 것이다. 물론 물리력과 외세의 복잡한 역학관계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망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입장에서(도망간 대통령 밑에서 민중을 갈취한 친미주의자를 제외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그들의 고단한 일상은 바꿀 수 없다. 다만 내전이 종식이 되면 그들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지 않을 것이니 국가 발전에 힘을 쏟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프가니스탄의 지리적 환경은 거의 최악이라고 볼 수 있다. 국토 대부분을 차지하는 힌두쿠시 산맥(힌두교인들이 죽어간 무덤이라는 뜻)은 대부분 해발고도 5000m 이상의 고원지대다. 곡식이 될 리 만무하다. 먼지만 풀썩거리는 땅이다. 면적은 한 반도 전체의 3배가 넘는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은 어려운 삶의 유일한 희망으로 알라신을 믿는다. (국토에서 나는 자원도 미미하여 돈이 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보석이 조금 나고 우라늄도 난다고 되어있다. 소련이나 미국과 싸웠던 탈레반의 주 수입원은 아편이었다.)


19세기 초 영국이 먼저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으나 20세기 초(1919) 모든 군을 철수해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셜록 홈즈의 왓슨 박사가 이 영국과 아프간 전쟁에 참전하여 귀향하면서 코넌 도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그 뒤 1979년에서 89년까지 10년간 구 소련과 전쟁을 벌인다. 이때 무자헤딘이 등장한다. 결국 소련이 군을 철수해 버렸다.


그다음이 미국이다. 9.11 테러로 의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빈 라덴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2001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전쟁을 치렀다. 그 사이 미국은 약 15조 원의 돈을 쏟아부었으나 결과는 아무런 조건 없는 철수였고, 그런 미국에 기생하여 민중을 착취하던 정권은 무너졌다.


한반도의 역사만큼 처절한 침략의 역사지만 우리와 다른 것은 그들 나라의 지리적 환경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사납고 척박하다는 것이다. 영국과 소련, 미국이 모두 포기할 만큼 그들의 국토는 험악한 모양이다. 민중들 입장에서는 과연 이 상황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들은 또 어떤 방향으로 그들의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인가?


외세가 물러난 땅에서 그들의 방식대로 국가가 운영되어 그곳에 사는 민중들이 행복해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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