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1.8.23.

by 김준식

1. 주한미군 주둔지


SOFA, 즉 주한 미군 지위 협정의 근거가 되는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말 그대로 상호 방위 조약이지만 우리가 미국을 지켜줄 리는 만무하고 미국이 다른 나라와 전쟁할 때 우리에게 파병을 요구할 수 있는 은근한 압박으로 작용할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 조약에 따라 베트남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미국이 벌인 전쟁에 우리의 아름다운 아들들을 보냈고, 또 그 피해도 만만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갔다.


그런데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영어 원문을 읽어보면 제4조에서 기분이 몹시 상한다. 4조는 미군의 주둔에 관한 우리의 입장에 대한 근거 조문인데 문제는 거기 사용된 두 주어(The Republic of Korea와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걸린 동사이다. The Republic of Korea에 걸린 동사는 'grant'이고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에 걸린 동사는 'accept'이다.


네이버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grant는 1. 동사 (특히 공식적 법적으로) 승인[허락]하다. 와 2. 동사 (내키지 않지만) 인정하다. 의 두 가지 뜻이 있다. 1번이라고 보아도 사실 기분이 좋지 않지만 2번이라면 이것은 불쾌하다. 외교적 수사라고 이야기하지만 동사의 사용에 있어 벌써 미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미국이 만든 조약이다.) accept는 더하다. 1. 동사 (기꺼이) 받아들이다. 2. 동사 (적절하다고 보아) 받아 주다 [수락하다]로 되어있는데 전체 문맥으로 보아 2번의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즉 쉽게 풀이해보자면 “내키지 않아도 인정했고(우리가) 적절해서 수락해 줬다(미국이)”인데 이것이 한 미 관계의 본질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미국에 6. 25 이후 수도 서울 한 복판 용산에 200만 제곱미터(약 60만 평)를 제공하였고, 2004년부터 시작된 평택기지는 14.677 km²(약 440만 평)를 제공했다.(해외 미군기지 중 가장 넓은 면적이다.)그리고 어제, 2021년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1조 1740억을 내기로 정부는 잠정 결정했다. 우리가 이래야만 되는지 의문이다.


2. 아프가니스탄 난민


미국의 언론이 우리나라 미군 주둔지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수용한다는 뉘앙스로 보도하자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은 일단은 협의 사항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위 주둔군 지위 협정이나 상호방위조약에 의하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유엔 가입국이며 이제는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우리가 세계시민주의, 평화주의, 호혜주의의 입장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우리나라로 오고 싶다는 표시를 하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미국의 주둔지가 미국의 영토라고 보는 미국의 태도에 의해 이루어지는 난민의 수용은 전혀 경우가 다른 문제이다. 즉 우리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과 식민지를 대하듯 상국의 태도로 군사 주둔지에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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