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by 김준식

비가 한 두 방울 내리다 말다…. 2021년 9월의 처음은 이렇게 어중간한 모습으로 나를 지나가고 있다.


오전에 시장에 갔다. 일주일 동안 먹을 것과 생필품을 사고 나오는 길에 2010년 경 같이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하신 선생님과 만났다. 의례히 어디에 있는지를 여쭤보신다. 지수중학교에 있다고 말씀드리니 왜 중학교로 갔냐고 놀라워하신다. 고등학교에 어울리는 사람인데 왜 중학교로 갔는지 몹시 궁금해하셨다. 내 사정을 말씀드리려다 굳이 말씀드리기 애매하여 웃음과 함께 얼버무렸다.


늘 느끼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때로 어떤 특정 이미지에 다른 사람을 묶어두고 싶어 한다. 그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대인관계가 수월하고 동시에 스스로 편해지는 방법이기는 하다. 더 이상 생각을 펼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에게 그러하리라.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특정 이미지에 묶어 둘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이와 함께, 살아온 날들과 함께, 그리고 스스로의 노력과, 실천과, 생각과 함께 자신의 이미지는 언제나 달라진다. 두렵기는 하지만 당연히 굳어지기도 한다.


인간에 대한 것이든 지식에 대한 것이든 관계에 대한 것이든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이 맞다.


또 하나는 인간관계의 폭이다. 관계망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관계망의 폭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폭넓은 관계망이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그것이 지금을 사는 나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을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넓은 것은 얇음에 가깝고 좁은 것은 두터운 것에 가깝다.( 물론 나쁜 경우이기는 하지만 반대일 수도 있다.)하여 좁고 넓음에 큰 가치를 두는 것은 한 면 만을 보는 것이다.


모든 일을 쉽게 판단하지 말 것이며 언제나 되돌아 살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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