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작은 학교) 살리기라면서!

by 김준식


오늘 페북을 보다가 존경하는 밀양 밀주초 박순걸 교감 선생님의 글을 보고 순간 화가 났다. 반성한다.


교감 샘이 이렇게 글을 올렸다.


“소규모 학교 지원방안에 대한 정책연구에 함께 하고자 1박 2일 간 한국 교육개발원에 왔다. 충북혁신도시가 멀고 주말이 끼여 아쉽지만 교육계의 어벤저스팀을 만나 배움을 얻는다는 기쁨이 더 컸다. 소규모 학교를 교육행정과 사회구조,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많은 배움을 얻었다. 코로나로 인해 4명만 모였지만 토론 과정의 우리는 분명 드림팀이었다. 도움을 주러 왔다 얻고 깨달은 게 훨씬 더 많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답했다.


"왜 중학교는 안 끼워줍니까?"


그랬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중학교 지원방안까지 같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개발원에 남해상주중학교 사례를 제가 강추했고 그래서 연구원 박사님이 남해까지 직접 가서 여태전 교장선생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연구보고서에 남해 상주중을 비롯해 경남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지원정책이 제법 비중 있게 실릴 예정입니다."


내가 답했다. 이미 화가 많이 났다.


"잘 되는 상주중 말고… 거기는 연구해도 일반화하기 어려워요… 참말로 … 농어촌 비 기숙사 공립중학교…. 이게 위기인데 … 맨날 상주중!!"


한 참 있다가


"내가 짜증을 낸 것 같아 괜히 교감선생님께 짜증을 냈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썼다.


남해 상주 중학교는 사립 기숙사 대안 중학교다. 지금 내가 있는 중학교(농산어촌 공립 비 기숙사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경우다. 교육개발원이고 도 교육청이고 맨날 이 사례만 연구한다고 난리다. 지금 죽어가는 중학교는 농산어촌 공립 비 기숙사 중학교다. 그리고 지금 작은 학교 살리기는 초등 중심이다. 예산도 인력도 모두 초등에 국한되어 있다. 중학교는 관심 밖이다.


나는 학생 수 30명도 되지 못하는 농촌 소규모 비 기숙사 중학교 교장이다. 폐교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지역민, 학부모 등이 노력하여 공모 교장을 뽑기로 하고 2019년 9월 1일 자로 내가 교장이 되었다. 학교에 부임하고 이듬해 코로나가 세상을 휩쓸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는 않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내가 부임한 지수중학교는 1971년에 개교한 학교로서 이제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곳은 진주시 지수면이다. 지수면은 진주시와 의령군 함안군의 경계에 있다. 진주시를 중심으로 본다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다. 1990년부터 학생 수가 50명을 넘지 못하더니 2000년에 접어들어서는 40명을 채우지 못하는 해가 많다. 급기야 2018년에 10명대로 떨어진 학교는 폐교 위기에 몰렸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역민과 학부모가 폐교만은 막으려는 노력으로 지금에 이른 것이다.


학교에 가 보니 건물은 노후했고(40년 이상 된 건물) 건물의 규모도 너무나 작았다. 2층 12칸이 전부다. 변변한 특별 실조차 없다.(필수적인 과학실과 컴퓨터실 그리고 교실 한 칸이 전부인 도서실이 있다.) 그나마 잘 관리해서 깨끗하다. 운동장은 예상보다 넓다. 아이들이 작은데 운동장만 넓으니 어떨 땐 휑뎅그렁할 때도 있다. 복도 유리창은 아직도 단창이다.(모두 복창으로 되어 있다. 실내 보온을 위해 ...우리 학교 같은 이런 학교 별로 없다)


제일 큰 문제는 학교의 위치다. 마을에서 학교까지 너무 멀다. 나름 인구 밀집지역인 마을과는 거리가 4Km 정도 떨어져 있다. 처음에 학교를 잘 못 앉힌 것이다. (토지를 LG그룹에서 기증했다 한다.) 그래서 지수면 아이들도 학교를 올 때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지수면에는 마을버스가 없다. 90년대 이전이라면 아이들이 꽤 먼 거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당시는 지수면 소재지에 제법 많은 인구가 살았고 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지수면 소재지에는 중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 (작년 졸업생 한 명이 지수면 소재지에 살았다.)


그러면 학교에 스쿨버스라도 있어야 하는데 중학교는 스쿨버스가 허용되는 경우가 매우 제한적이다. 농산어촌 공립 비 기숙사 중학교에 제공되는 버스는 통폐합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제공된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초등학교 스쿨버스를 이용하는데 올해는 일과 시간이 맞지 않아 수업 시작 시간을 무려 20분이나 늦추었다. 그나마 하교시에는 아예 이용도 할 수 없다. 이것이 기막힌 현실이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장에 공모된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2020년부터 전교생(전교생이라고 해 봐야 20명이 좀 넘는다.)을 대상으로 철학 수업을 하고 아이들 아침 못 먹고 올까 싶어 1교시 마치고 간식 주고, 방과 후 프로그램 아이들하고 싶은 데로 늘려주고, 학교 주변 정리하고, 진입로 새로 만들고, 도로에 과속방지턱(지난 30년 동안 없었던) 만들고, 반사경 설치했다.


진주시내 아이들이 우리 학교 오고 싶어도 교통수단이 없어 못 온다. 그래도 학교는 살려야 한다. 낭패다. 그런데 남해에 있는 기숙형 사립 중학교를 예로 들면서 작은 학교 살리기를 운운하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 제발 본질은 무시하고 외형만 보지 말라!


올해도 학생 모집은 지수초에서만 받아야 한다. 지금 지수초 6학년은 9명이다. 이 아이들만이라도 다 오면 좋으련만… 사실 폐교된다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다시 교장을 반납하고 교사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매일 오늘이 교장으로 마지막 출근이라고 여기며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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