久雨中
水勢近土形 (수세근토형) 물의 기세는 땅의 형세와 긴밀하고,
影貌依物詳 (영모의물상) 그림자는 사물의 자세함에 의지하네.
風觸感歲節 (풍촉감세절) 바람 닿아 계절이 느껴지듯,
人香無言渗 (인향무언삼) 사람의 향기는 말없이 스미는데.
2021년 9월 3일 아침. 참 오래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출근을 했다. 변함없이 책상을 닦고 물건을 정리한 뒤 컴퓨터를 켠다. 밤새 비가 새는지 혹은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학교를 둘러보고, 교무실에 가서 어제 2차 접종을 맞고 병가를 내신 선생님에게 안부를 묻고 여러 선생님들에게도 안부를 여쭙는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시원해졌다. 우리의 신체 감각이란 아주 미세한 것으로부터 많은 것을 유추해낸다. 살아온 날들 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각자의 논리 회로를 거쳐 발현되기 때문에 하나의 사실에서도 수 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해진다. 사람의 일이다.
다만 자연은 그저 때가 되어 시원해질뿐이고 또 비가 내릴 뿐이다.
옷매무새를 잘 정리하고 단정히 앉아 하루를 시작한다.
* 전체적 이미지는 『莊子』 徐无鬼(서무귀) 13장을 용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