九疇洛書* (구주락서)
日間沛然雨 (일간패연우) 며칠 비 쏟아지더니,
晴天忽隔云 (청천홀격운) 맑은 하늘 문득 멀어졌네.
雲停依俱心*(운정의구심) 마음 따라 구름은 멈췄는데,
不知何所求 (부지하소구)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2021년 9월 8일 점심시간. 모처럼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가을장마가 이렇게 끝나는 모양이다. 끈질기게 내린 비 탓에 학교 운동장의 풀이 듬성듬성 나 있다. 고르지 못한 내 턱수염 같아 보기 싫다. 흔히 사극을 보면 충신은 턱수염이 풍성하게 잘 자란 사람이 대부분이고 간신은 턱수염이 작고 엉성한 사람인데 나는 옛날로 치면 딱 간신의 수염처럼 보인다. 물론 내 턱수염을 길게 길러서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그러면 충신과 간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지금이 왕조 시대도 아니니 충신과 간신의 기준이 애매해졌다. ‘나라’라는 개념도 오래전에 천박해졌다. 그러니 무엇을 위한 충성인지 이미 애매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머릿속에는 忠이라는 모호함이 자리 잡고 있어서 끝없이 스스로의 행동은 규정하고 또 재단하기도 한다. 웃기는 일이다.
이렇게 된 바탕에는 교육의 역할이 크다. 학교 교육 내내 이런 틀을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나 또한 그러하다. 비 와서 어지럽게 난 운동장의 풀을 보며, 모처럼 맑아진 하늘을 보며 반드시 뭔가를 찾아내려는 스스로를 보니 참 안쓰럽다. 이것 역시 교육에서 오는 강박이다. 천지 조화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맞다. 어찌 알겠는가?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오랜 세월 배워온 틀에 묶여 이렇게 글을 쓴다. 참 큰일이다.
* 九疇(구주)는 전국시대 말기 이후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홉 개의 정치 규범이라는 뜻이다. 書經(서경) 洪範(홍범)의 기록에 따르면 구주는 殷(은)의 賢者(현자) 箕子(기자)가 周 武王(무왕)의 물음에 답한 것으로 五行‧五事‧八政‧五紀‧皇極‧三德‧稽疑‧庶徵‧五福六極(오행‧오사‧팔정‧오기‧황극‧삼덕‧계의‧서징‧오복륙극)의 아홉 가지로서 上帝가 夏의 禹에게 啓示(계시) 한 것이라 한다. 또 洛書(락서)는 周易(주역) 繫辭上傳(계사상전)의 “河水에서 도판이 나오고 洛水에서 글이 나왔는데 성인이 이것을 본받았다.”라고 할 때의 洛書이다.
* 두보의 시 중 江亭에서 차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