唯止*
朝夕皆變標周極 (조석개변표주극) 아침 저녁, 모든 변화는 지극함으로 나타나니,
一景小葉輿絪序 (일경소엽여인서) 작은 잎에 햇살 한 줄기는 천지 운행의 질서로다.
飛蛉靑天畓水盡 (비령청천답수진) 푸른 하늘에 잠자리 날고 논물은 말라가니,
眞意欲辯已忘言*(진의욕변이망언) 참된 뜻을 말하고자 했으나 이미 말을 잊었네.
2021년 9월 16일 목요일. 학교 감사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번잡한 가운데 아침나절을 보내다가 문득 세상을 본다.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시원하여 마침내 가을은 오는 모양인데 다시 태풍 탓에 雨氣가 있다. 바람도 분다.
세상인심은 몹시 흉흉하다. 코로나로 국민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된 세상에 여전히 財政 타령이나 하는 관료들, 내년 3월이 대선인데 벌써부터 이곳저곳에 줄 서기 하는 묘한 상황들이 연출되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시궁창이 아니고 어디란 말인가! 아! 끝내 나는 민주주의를 의심하게 되는 것인가? 위대한 민중의 뜻은 어디로 가는가!
그리하여 나는 다시 천천히 세상을 본다. 사람만 빼면 내가 보는 세상은 진리 아닌 것이 단 하나도 없다. 아침저녁의 변화로부터 이미 시들어가는 나뭇잎에 비치는 작은 햇살, 그리고 푸른 하늘과 잠자리……
어리석게도 그 속에 담긴 뜻을 말하려 하지만 이미 말 따위로 나타낼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유홍초’ 잠시 멈춘 틈에.
* 唯止: 『장자』 덕충부에 이르기를 “唯止能止衆止(유지능지중지)”라 했다. 즉 오직 멈추어 있는 존재만이 멈추려고 하는 것을 멈출 수 있음. 정지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지되어 있는 물에 자신을 비춰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참된 모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멈추어 있는 사람으로부터 그것을 구하게 된다는 뜻이다.
* 葛立方(갈립방)의 韻語陽秋(운어양추) 중 한 구절을 차운함. 갈립방은 송나라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