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든 그 규모가 커지면 내부적인 停滯(정체)와 矛盾(모순)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조직의 정체와 모순은 그 조직의 건강한 생명력을 침해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명체인 경우 피돌기가 멈추거나 정체되면 그 즉시 심각한 상황에 이르거나 심지어는 죽게 되지만, 인간이 만든 조직은 내부의 문제가 외부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피돌기가 멈췄는지 혹은 멈추지 않았는지를 쉽게 판별할 수가 없다.
따라서 조직 내부의 문제에 대한 자체적인 해결방안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런 방안 중 하나가 監察(감찰), 監査(감사) 제도였다. 역사적으로 고대 로마에서 장부 기록의 검증을 위한 聽聞(청문) 절차의 하나로 시작되어 <감사를 뜻하는 영어 Audit는 라틴어 Auditus (a hearing, a listening)에서 기원함.>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면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동양의 監査라는 단어에서 監(감)은 누울 臥(와)와 그릇 皿(명)이 합쳐진 회의 자다. 즉 그릇 위에 놓인(누워있는) 뭔가를 자세하게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관찰의 의미를 넘어 분석과 검증의 뉘앙스가 풍겨진다. 査는 나무 木과 또 且(차)가 합쳐진 형성자로 나무로 된 방책을 자주 보거나 조사하는 의미가 있다. 전쟁 중에 외부의 방책을 잘 둘러보는 것이나 일반 가정에서 도둑을 막기 위해 집 주위에 만든 나무 벽을 잘 살펴보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태종 무열왕 때 만든 사정부(659년 설치)가 기록된 역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사정기관이다. 역사가 깊다. 조선시대 감사기관이었던 사헌부의 장은 비록 종 2품(대사헌)이었지만 3 정승에 버금가는 권위와 권력을 가지게 하여 왕과 의정부의 정치행위에 서경권(관리들의 비행에 대한 탄핵 감찰권과 일반 범죄에 대한 감찰권, 인사와 법률 개편에 대한 권한)과 봉박(왕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게 하였다.
현대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감사제도의 핵심은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행위와 행정부의 행정행위에 대한 감찰과 더불어 회계의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견물생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국가 행정행위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횡령이나 배임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되지만 감사에서 중요한 회계감사는 적법절차에 따랐지만 잘못된 해석에 의한 예산 집행의 오류와 과잉 집행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감사의 목적은 조직의 건강을 위한 것인데 때론 감사의 銳鋒(예봉)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편법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집안 행사 때에도 전 가족이 일어서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는 이 나라 감사원장이 지금의 대통령의 정책 중 탈 원전 정책 감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그 입지를 확보하고 마침내 대통령 선거에 까지 나온 것을 보면 감사가 가지는 막강한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우리 학교에서 4~5년마다 정기적으로 있는 감사가 있다. 학교는 학사와 회계 두 종류의 감사가 이루어진다. 비중으로 본다면 학사에 대한 감사가 더 중요하지만 회계 감사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학교는 올해 전문가 참여형 자율 감사 제도를 통해 감사를 받는다. 미리 학교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감사를 한 뒤 전문가를 통해 검증받는 형식이다. 자율이라는 말이 수식하는 것처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여야 하는데 그 일이 만만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 전체의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함에 있어 엄격한 기준에 의거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데 행정행위 또한 사람의 일이라 감사라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