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기를 보니.
2015년 6월 15일 일기인데 오늘 다시 읽어 보니 이나라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2016년 오늘 미친 여자는 조목조목 탄핵사유에 반대하는 글을 헌재로 보냈다고 한다. 한번 해 볼 심산인 것이다. 참으로 인간 박근혜의 진면목을 본다. 제 한 몸 보전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태세가 되어 있는, 정말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수치심도 책임감도 의무도 없는 존재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니!! 박사모! 그들의 손자가 세월호에 타고 있었다면 거리에서 그렇게 태극기를 흔들고 서 있을 수 있을까? 이 양반들아 참으로 안타깝고 불쌍하다. 나이는 그렇게 먹는 것이 아니다.
2015년 6월 15일
희망, 그 아름다운 이름.
일본 전통 시가문학은 와카(和歌)와 하이쿠(俳句)로 대별되는데 문학적으로 크게 인정받지는 않으나 그 내용이 매우 해학적이며 더불어 현학적인 내용이 많다. 근대 하이쿠의 대표적 작가로는 후타바테이 시메이(二葉亭四迷 – 이협형사미)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쓴 하이쿠 중 이런 구절이 있다. “이 미친 세상/미치지 않으려다/ 미쳐버렸네.”
시메이의 이 구절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어찌 이리 잘 들어맞는지에 대해 백 가지 이유도 더 붙일 수 있으나 한 가지로 요약하면 무능한 정부가 원인이고 더욱 분명하게 이야기하자면 무능하고 외계에서 온 대통령 때문이라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이 희망적이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가 진심으로 부럽다. 적어도 50대인 내가 체감하는 이 나라는 요즘 매일이 놀라움과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대한민국은 절망의 나라였다. 3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운 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라앉았는데, 갑판 위 사람들을 인근의 어선이 구출한 것을 제외하면 공식적인 구조자 수가 0인 나라다. 당시 대통령은 7시간이나 행방이 묘연했지만, 나중에 청와대는 자신들이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발뺌했고, 대통령 본인의 제대로 된 해명도 없었으며, 그 행적이 참사 1년 뒤인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이 탄핵되기는커녕 지지율이 43%가 넘는 나라다.
이상한 이름의 독감이 창궐하여 십 수명이 죽고 5천 명이 그 병으로 격리되어 있는데, 이렇게 된 배후에 이 나라 최고의 병원이 있고, 그 병원의 이름을 언론도 정부도 쉬쉬하다 일이 다급해지자 발뺌하듯 발표하고는, 전국의 천 곳에 육박하는 학교가 휴업을 하고 경제가 흔들리는 이 중차대한 상황에서 여전히 안드로메다 화법으로 사태를 뭉개버리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가 지금 우리나라다.
오늘은 이미 해가 기울었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을 꿈꾼다. 또 내일이 되어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일을 꿈꾸는 희망은 공기와도 같아서, 희망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저녁 이 시간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심정으로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을 거라 믿어본다. 더디고 때로는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뒷걸음질 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또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하다. 어느 영화 선전 문구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문제를 잘 해결해 왔고 또 앞으로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거리를 돌아보며 자신과 우리 모두를 격려하고 앞으로 더 전진할 기운을 낼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충분히 단단하다고. 이런 절실한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좀 더 많아질 거라고, 그게 변화의 시작이자 희망의 증거가 되어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