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의 우주

by 김준식

花中之宇宙


微蘂含十方*(미예함시방) 가는 꽃술은 천지를 머금었고,

一思卽無明*(일사즉무명) 한 생각은 곧 무명이로다.

終極合時空 (종극합시공) 마침내 시간과 공간은 합쳐지니,

何物我隱見 (하물아은견) 내가 가만히 보는 것은 무엇인가?


2021년 10월 9일 한글날 오전. 산행 중에 구절초를 만났다. 꽃술을 자세히 본다. 꽃술 안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작은 꽃술은 한 없이 거대한 우주를 머금었으니 무한한 공간의 확장이다. 그런가 하면 그 꽃술을 보며 이런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 내 생각은 우주 같은 무명의 바다에 빠지니 그 시간은 찰나다. 지극히 짧은 시간과 무한한 우주가 이 작은 꽃술에 있으니, 지금 내가 가만히 보는 이것은 과연 무엇인가? 한글날에 한문을 쓰는 것을 뒤집어 보니 나름 의미가 있다.


* 十方(시방): 四方, 四隅(사우 – 동서남북, 네 귀퉁이), 그리고 上下의 총칭


* 無明(무명, Aviduya): 무명이란 글자 그대로 지혜가 없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진리에 대한 무지를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緣起(연기)의 이치에 대한 무지이고, 생로병사에 대한 무지이다. 한편으로는 貪(탐) 瞋(진) 痴(치)의 번뇌 중 치(痴)에 해당한다. 탐과 진이 정신적인 번뇌로 본다면 비해 치(즉 무명)은 지적인 번뇌이며, 번뇌 중 가장 근본적인 번뇌이다. 따라서 무명은 모든 고통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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