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생각해보니......

by 김준식

蒙頂露芽不敢及斗垠文香* 몽정 노아가 감히 미칠 수 없는 두은 문향


淸暐懇切久雨渤 (청위간절구우발) 비와 안개가 오래 여야 맑은 햇살 간절해지듯,

不知冲恩頻賴德 (부지충은빈뢰덕) 자주 덕을 입으니 은혜의 깊이를 모르는구나.

度慮攲心選細屑 (탁려기심선세설) 집게로 잡티를 골라내는 그 마음을 헤아려보니,

睟然之心自首俛*(수연지심자수면) 맑고 조화로운 마음에 절로 고개 숙이네.


2021년 10월 14일 아침. 어제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님으로부터 다시 받은 두은 문향을 마시며 고마움을 옮겨본다. 늘 받기만 하니 고마움을 몰라 스스로 뻔뻔스러워지는 모습을 발견하니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 직접 차를 만드시고 봉지에 담기 전에 찻잎 속에 작은 잡티 하나도 핀셋으로 집어 내시는 것을 보며 맹자 진심장구에 나오는 睟然의 풍모를 느꼈다. 과분한 복과 맑은 차향이 있는 가을 아침을 맞이한다.


* 蒙頂(몽정)과 露芽(노아)는 중국 차 이름인데 몽정은 지금의 쓰촨 성(四川) 몽산의 정상에서 나는 차로서 중국 제일의 명차로 인식된 차이며, 노아는 장쑤 성(江蘇) 동남방산에서 나는 차 이름으로서 명, 청 시대의 중국 최고의 차로 이름이 높았던 차이다.


* 睟然(수연): 『맹자』 盡心章句(진심 장구) 상, “군자가 본성으로 여기는 것은 인의예지가 마음속에 뿌리박고 있어서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면, 환하고 깨끗하게(睟然) 얼굴에 나타나고 등에 가득하며 온몸에 퍼져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다.” 주희는 이 말을 다시 해석하기를 淸和潤澤(청화윤택)이라고 주석했다. 청화윤택이란 말 그대로 맑고 조화로우며 윤택한 모양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