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놈들의 특징은 양심이 없고 수치심이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잡놈 위에 범부이다. 범부의 특징은 탐진치에 물들어 사는 중생을 말한다.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릴 수 있다. 이들도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잡놈들 못지않게 염치없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자들은 법을(현실의 법은 아니다.) 아는 사람들이다. 비록 성자의 경지에 올라서지 못하였지만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떠하리라는 정도는 안다. 원인과 결과를 아는 것이다. 불교적으로 말한다면 지금 나를 구성하고 있는 정신이나 물질이 우연히 생긴 것도 아니고, 어떤 가상적인 원인에 의하여 생긴 것도 아니고, 신이 창조한 것은 더욱더 아니고, 단지 전생의 무명과 업, 즉 연기에 의해 생긴 것을 아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에도 적용시켜 나간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아는 지혜’가 연기를 아는 지혜이다. 따라서 괴로움과 고통이 될 만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아라한은 현자들보다 한 단계 위다. 즉 괴로움과 고통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그로부터 벗어난 존재들이지만 아직 부처는 아니다. 현자와 아라한은 비록 뛰어난 존재들이지만 때때로 범부의 번뇌로 빠져들 우려가 있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요즘 세상을 보니 잡놈들이 부처같이, 범부들이 아라한처럼, 현자들은 바보처럼 살고 있다. 그런 세상이 지금 내가 살고 있고 또 보고 있는 세상이다. 나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지금 세상의 흐름을 보면서 나 역시도 그저 한낱 잡놈이 되어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