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50번째 수업이다.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힘을 내자. 이제 3학년은 몇 주 남지 않았다. 아마도 9주(9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을 텐데 목차에 정한 수업을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완성된 책을 선물로 주고 싶다. 앞 부분도 늘 그랬지만 오늘부터 하는 수업은 중학생들이 이해하기 더욱 어려운 부분이다. 많이 쉽게 쓴다고 썼는데도 어렵다.
3. 자유, 이성, 권력, 사회, 국가
A. 자유는 무엇일까?
1) 자유
自由(스스로 自, 말미암을 由)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다. 영어의 자유는 ‘Liberty’와 ‘Freedom’인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Liberty’는 ‘ability to do as one pleases’(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풀이된다. ‘Freedom’은 ‘having the ability to act or change without constraint’ (제한 또는 제약 없이 바꾸거나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슷한 의미 같지만 ‘Liberty’는 적극적인 의미가 강하고 ‘Freedom’은 다소 소극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해석들이 있어서 사용하는 방향과 목적에 따라 의미가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2) ‘자유’와 ‘자유주의’
근대적 의미의 ‘자유’는 인간이 충만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근대 이전의 구속으로부터의 해방과는 다른 적극적인 삶의 조건으로 ‘자유’가 곧 근대 이후의 ‘자유’다. 헤겔은 [1] 인간의 역사를 ‘자유’의 전개 그 자체라고 이해하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유주의’[2]가 등장하게 된다. 즉 ‘자유주의’란 ‘자유’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인간의 생활에서 이 ‘자유’의 실현을 추구하는 사상으로 풀이될 수 있다.
‘자유주의’는 근대사회의 가치 및 제도를 창출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한 ‘자유주의’는 신분의 차이를 넘어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보증하며, 인간은 결코 침범할 수 없는 권리(천부인권)를 지닌다는 것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유주의’는 ‘민주주의’ ‘입헌주의’[3] 그리고 ‘시장경제’ 등 정치, 경제제도와 결합하여 근대사회를 이루는 틀로 성장하였다.
3) ‘자유주의’의 변화와 성장
그러나 ‘자유’의 내용은 지극히 다양하고 ‘자유주의’에도 다양한 의미가 숨어있다. 일반적으로 표현되는 ‘자유주의’는 적극적인 가치나 생활양식에 대한 참여에서 출발하여 극단적으로는 집단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의미까지 확장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근대에 등장한 이념으로서 ‘자유주의’는 당시 ‘절대주의’[4]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또한 20세기 ‘파시즘’[5]이나 ‘전체주의’[6]에 항거하는 것도 ‘자유주의’의 목적이자 사명이었다. 가령 하이에크[7]에게 ‘자유주의’는 전체적 설계주의[8], 즉 사회주의에 대한 대항이었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구속하는 집단적 권력에 대항하는 사상이라는 의미가 강한데, 그러한 경우에 기초가 되는 것은 자유의 근본적인 의미인 ‘자립’ 개념이다. ‘자유’의 본질은 자기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라이프니츠’[9]가 말했듯이 ‘자기 결정’ 즉 ‘자립’을 ‘자유’의 근본적인 의미로 이해하는 것은 ‘칸트’[10]로부터 현대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가진 기본적인 생각이다.
4) ‘자유주의’의 혼돈
그런데 ‘자립’을 기본적인 가치로 본다면 확실히 집단적 권력에서 해방되는 것을 ‘자유’의 요체로 삼을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자립’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층 적극적으로 정치 행동에 참여하여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를 만드는 운동에 관여할 필요도 있고, 개인의 독립은 집단으로서의 나라나 공동체의 독립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생각에 기초한 ‘자유주의’의 새로운 입장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단지 권력으로부터의 해방과 개인의 생명 및 재산의 보호를 주장하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자유’의 가치를 실현하고 또한 그것이 실현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입장이다.
이렇게 ‘자유’의 적극적인 측면을 중시하다 보니 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의 ‘자유’가 더 중요한(자연스럽게 개인의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는) ‘사회주의’나 각종 ‘민족자결 운동’ 그리고 ‘파시즘’조차도 처음에는 ‘자유’를 실현하는 운동에서 파생되는 역설적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주의는 자본가로부터의 ‘자유’를 민족자결주의는 외세(열강)로부터의 ‘자유’를 파시즘은 역시 외세, 반민족 세력들로부터의 ‘자유’ 회복을 목적으로 하여 생성된 이념들이다. 특히 19세기의 독일, 이탈리아, 동유럽, 일본 등에서 특히 번성한 ‘내셔널리즘’(국가주의)[11]조차도 이러한 ‘자유주의’와 비정상적인 결합을 시도하였다.
[1]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년~1831년)은 관념 철학을 대표하는 독일의 철학자다. 헤겔 철학에 대한 일반적 평가는 칸트 철학에서 출발하여 이를 마무리 지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칸트 철학의 근간은 ‘인식론’인데 그의 인식론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인식의 주체인 '자아'이다. ‘자아’는 이미 데카르트에 의해서 철학적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진 적이 있다.(Cogito) 데카르트를 넘어선 칸트의 ‘자아’ 개념을 극복하고자 헤겔은 노력하였다.
[2]그래서 자유주의는 적극적 의미가 강한 ‘Liberty’에서 출발한 ‘Liberalism’으로 표현한다.
[3] 입헌주의(立憲主義, Constitutionalism)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통치 및 공동체의 모든 생활이 헌법에 따라야 한다는 정치 원리를 말한다.
[4] 절대주의(絕對主義, Absolutism)는 군주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정치 체제를 말함.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 등장한 독재정치 형태.
[5] 파시즘(이탈리아어: fascismo, 영어: fascism, 독일어: Faschismus)은 이탈리아에서 생겨난 ‘국가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수주의’, ‘반공주의’ 정치 이념. 경제적 이념으로 본다면 국가자본주의, 조합주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탈리아어 fascis~는 다발이라는 뜻이 있다.
[6] 전체주의(全體主義 이탈리아어: Totalitarismo, 영어: Totalitarianism)는 공동체, 국가, 이념을 개인보다도 우위에 두고, 개인은 전체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
[7] 하이에크(Friedrich Hayek, CH, 1899년~1992년)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이다. 신자유주의 아버지로 불린다. 케인스의 이론(계획경제)에 대항하여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였다. 사회주의 및 전체주의, 좌파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학자로 유명함.
[8] 설계주의: 국가 경영, 조직 경영 등에서 모든 조건과 결과를 사전에 생각하고 조정하여 문제점까지 생각한 뒤 하나의 체계를 만들어 운영하는 생각 또는 방식. 사회주의식 경제 운영 방식이나 공산주의 계획 경제 등을 의미하기도 함.
[9] 라이프니츠의 변신론에서의 자유 (이근세 역, 아카넷. 2014) P591~
[10] 칸트의 의지 자유론 25P. 문성학, 대한철학회 철학 연구 철학 연구 제44집. 1988.
[11] 국가주의(영어: Statism)는 국가를 가장 우월적인 조직체로 인정하고 국가 권력이 경제나 사회 정책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조를 의미한다. 자신의 나라가 여러 나라로부터 자립해야 한다는 이론에서 출발한 국가주의는 자국의 자립을 넘어 자국의 자립을 위협하는 존재들을 타도하려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발전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