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일러는 거의 없음.
J. R. R. Tolkien 이 1950년대에 발표한 소설 ‘The Lord of the Rings(반지의 제왕)’에 자주 비교되는 Frank Patrick Herbert(프랭크 허버트)의 1965년 작 ‘Dune(듄)’의 실사 영화가 1984년에 이어 드디어 2021년 개봉되었다. 무성한 소문을 뒤로하고 나는, 토요일 밤 무려 150분의 러닝 타임을 견뎠다.
반지의 제왕이 가지는 세계관은 요정과 악마, 그리고 인간들이 비슷한 공간에 공존하는 수평적 세계관에 가깝다.(물론 전혀 위계적인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툴킨의 표현에 따르면 이러한 중간계가 아칼라베스(엄청난 지각 변동) 이후로 요정이 사는 발리노르가 구분되면서 점점 둥근형태가 된다.
‘듄’의 세계관은 반지의 제왕이 가졌던 특정 대륙, 혹은 거대하지만 동일 세계를 넘어 우주적 범위로 그 범
세계를 확장한다.(사실 영화를 본 지금도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다.) 다만 ‘듄’의 세계에서는 툴킨의 중간계에 공존했던 여러 다른 종족들이 이제는 우주의 다른 행성에 사는 것으로 무대가 확장된다.
1. 욕망
‘듄’은 비록 엄청난 스케일의 우주적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하여 현란한 영화적 기술로 장엄하고 신비한 무대를 만들어 환상적 분위기를 창조했지만, 그 속에 흐르는 단 하나의 주제는 ‘욕망’이 아닐까 싶다. 15세기 에서 18세기까지(대항해 시대) 유럽의 배들이 전 지구를 훑고 다니며 얻으려 했던 것 중에 하나가 지금은 너무나 흔해 빠진 ‘후추’다. ‘듄’에서도 이런 물질이 등장한다. 놀라운 효능과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그 물질의 가격은 엄청나다. 그 비싼 물질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한 우주 제국의 암투와 음모라는 바탕 위에 신비로운 종교적 메시지를 배치하여 이야기를 복잡하게 한다. 하지만 ‘욕망’의 문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신비하고 비싼 물질이 생산되는 곳은 메마르고 삭막한 죽음의 사막이다.(원작자 허버트는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미국 오리건의 사막을 취재하다가 이 소설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메시아
동 서양 모든 종교들의 교리 속에는 반드시 구세주가 존재한다. 우리가 잘 아는 기독교의 메시아로부터 불교의 미륵까지 종교적 외연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세주의 존재는 필연적이다. 사실 신앙이라는 행위 자체가 논리적 바탕 위에 서 있지 않기 때문에 구세주라는 존재를 비 논리적이라고 몰아세울 수는 없다. 그래야만 되는 것이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 뿐으로 이해하면 된다. 어쨌거나 ‘듄’은 예언자, 구세주라는 장치를 심어 놓아 이야기의 복잡함과 무게를 배가 시키는데 영화는 이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보였다.
3. 절대 '악'
원작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소설의 묘사에는 '악'에 대한 묘사 이면에는 반드시 그 원인과 나름대로 '악'의 성장 원인이 그려지게 마련이다.(즉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한정된 시간에 표현해야 하는 약점 탓에 '악'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게 되고 이것을 염려한 감독들은 그 '악'을 더욱 절대적인 것으로 묘사하여 관객의 이해에 도움을 주려 한다. ‘듄’의 '악'에 대한 묘사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짐작이 되지만 원작을 읽기 전 까지는 알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악'이란 절대 기준은 없다. 무자비한 살인 등과 같은 일들이 기준이 되지만 그것 자체로는 모호한 면이 있다. '선'을 지키기 위한 살인도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적 미장센으로 관객이 '악'을 느끼게 하는데 이 영화 ‘듄’은 소설의 초입단계 만을 영화화했기 때문인지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선'과 '악'의 구분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이분법에 익숙한 나의 경우 영화적 몰입이 어려웠다.
4. 기타, 후속 편에 대한 기대
영화 음악은 '한스 짐머'가 담당했다. 물론 믿고 듣는 '짐머'지만 이 영화에서 '짐머'의 음악은 역시 '짐머'다웠다.
십 수년 전 반지의 제왕이 한 해 한 편씩 개봉될 때가 기억난다. 일 년을 기다려 겨우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다음 편이 얼마나 기다려졌는지…… 이 영화의 2편은 아직 제작을 할지도 의문이란다. 기다림을 가지지 말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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