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전 오늘.

by 김준식


1. 안중근


안중근은 동학 농민군을 진압하는 활동을 한 지주 집안 출신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뛰어난 전과를 올렸다. 이 동학 농민군의 성격을 어떻게 보는 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나누어지지만 일반 백성들을 괴롭히는 동학군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가치중립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주교에 입교한 이후 안중근은 조선 사람이 개명하는 것을 은근히 싫어하는 천주교 일부 세력들에 환멸을 느껴 복권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 된다. 그 후 안중근은 청나라 사람과의 문제로 고초를 겪게 되었고,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계몽운동과 국채보상운동을 벌이면서 애국 운동에 본격적으로 가담하다가 마침내 1907년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1909년 저 유명한 단지혈서(수인에 손가락 끝이 짧은 이유)를 통해 대한 독립의 결의를 피로써 맹세한다. 그 해 10월 26일, 바로 112년 전 오늘, 하얼빈 역에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하고 일제 식민지배의 길을 연 원흉 '이토오 히로부미'를 암살하게 된다.


안중근은 15가지 이유를 들어 그의 행동이 정당함을 밝혔다. 이듬해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처형되었는데 아직 그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2. 안중근에게 저격된 이토오 히로부미


아즈치모모야마 시대(히데요시 정권을 끝으로)가 끝나고 에도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은 근세를 맞이한다. 이전 시기의 일본 열도를 휩쓸며 전쟁을 벌이던 군벌(다이묘)들은 이제 각 지역에 정착하여 자신의 영역을 만들었는데 이를 ‘번’이라 불렀다.


번에 소속된 무사들을 일반적으로 '번사'라고 부른다. '번사'들은 스스로를 '번사'라 부르지 않고 누구의 가신이라 불렀는데 에도 막부 이전 시기, 즉 사무라이(하타모토, 고케인)가 주름잡던 시대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특히 사무라이들 중에서 ‘카치(말을 탈 형편이 되지 못해 걸어 다니는 중, 하급 무사)’들은 시대의 변화를 몸소 겪어내면서 강한 자생력을 가지게 된다. 그들은 최소한 문맹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의 식견과 자질을 갖춘 사람들이었는데 사무라이의 몰락으로 닥쳐온 시련(전쟁 방식의 변화에 따른 용도 폐기)이 이들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을 지탱한 핵심 세력이 바로 이 하급무사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인식하고 새로운 문명과 문화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오늘날 일본의 인문, 자연과학, 경제, 문화의 토대가 된다. 우리가 아는 일본의 ‘~상사’라는 회사명은 거의 이 시기의 몰락 무사들이 각성하여 세운 무역 및 자영업 회사들이었다. 또, 사상적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나라 개화파(유길준)에 영향을 준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도 하급무사, 즉 '번사' 출신이다. 한편 늘 그렇듯이 다른 부류들은 쉽고 편한 일본의 깡패로 전락하게 된다.


일본 본도 남부, 인구 130만(2021 기준)의 작은 현인 야미구치현은 에도 시대(1603~1868)의 조슈 번이다. 이 조슈 번의 마지막 세대에 속하는 '번사' 출신 중, 향후 일본을 뒤 흔들고, 동양 평화를 위협하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이토오 히로부미(伊藤博文)이었다. 이토오 집안은 '번사' 중에서도 하급이었고 또 몇 번 파산을 했기 때문에 이토오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학원에서 청강을 하였고(외국어 학원) 그러다가 정치적 운동에 투신하여 위험에 처하자 1863년 도항으로 영국 유학의 길에 오른다. 천신만고 끝에 영국에 도착하여 신 문물에 눈이 뜬 이토오에게 메이지 유신이라는 새로운 계기가 생긴다.


그 뒤 조선 침략의 선봉에 서서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식민의 기억을 남겨 준 이토오는 우리의 안중근에게 하얼빈역에서 112년 전 오늘 피격 사망한다.


3. 친일의 그림자들


독립한 지 76년이 지나고 이제는 모든 면에서 일본을 위협하는 대한민국, 즉 우리에게는 아직도 여전히 친일의 망령이 있다. 대한민국 곳곳에 자생하는 친일의 그림자는 조건만 되면 언제든 자라는 독버섯처럼 우리를 위협한다. 식민지 시절 친일의 앞잡이들이 쌓은 부와 일본과 친일 부역자들이 만들어 놓은 식민 근성이 아직도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 112년 전 안중근의 총알이 이토오의 심장을 관통한 역사적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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