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각
며칠 전부터 조금 쌀쌀해진 날씨 탓에 겨울 옷을 꺼내 입었다. 피부가 찬 날씨에 건조해지듯 감각도 건조해지기 쉬운 계절이 왔다. 이즈음의 풍경은 겨울에 대한 준비이며 동시에 겨울을 견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따뜻한 옷을 꺼내 입듯이 우리의 감각에도 이러한 준비가 있어야 되지만 감각에는 딱히 월동의 준비가 없다. 그래서 겨우 내내 우리의 감각은 동결과 해빙을 거듭하게 되고 결국 봄이 오기 전에 감각은 거의 바스러져 간다. 매년 우리가 그렇게 봄을 기다리는 이유 중에 아마도 이러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감각의 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2. 창졸지간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지니 모든 일이 다 급작스럽다.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말라버리고 그 잎들 우수수 땅에 떨어진다. 나무야 별 대수롭지 않지만 그 광경을 보는 우리의 마음은 한 없이 스산하다. 탄생과 죽음이 두 갈래가 아닌 것은 늘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저 잎 태어난 곳과 저 잎 떨어진 곳이 모두 한 곳이라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 삶의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음을 이렇게 깨달아 가고 있다.
3. 계절의 냄새
아침 결에 학교를 한 바퀴 돌면서 계절의 냄새를 느낀다. 계절마다 가지는 특이한 냄새는 나의 대뇌에 오랜 시간 동안 학습되어서 특정 계절에는 특정 냄새의 기억을 떠 올리게 한다. 바람 냄새, 시간의 냄새……. 물리적 시공간과 인간의 감각이 만들어 낸 절묘한 조합을 이 가을 아침에 느낀다.
4. 압구정
겸재 정선의 압구정 풍경이다. 조선 초 계유정난의 주인공 한명회가 짓고 노년을 보냈다던 그 압구정을 100년도 더 지나 겸재가 그 풍경을 그렸다. 지금은 자본주의의 추악한 모습이 만들어낸 아파트와 건물들이 즐비하지만 옛날의 압구정은 한산하고 심지어 공허하기조차 하다. 참 시간이란 엄청난 것이 분명하다.
5. 바실리 세르게예비치 칼리니코프
바실리 세르게예비치 칼리니코프는 러시아 작곡가다. 차이코프스키가 지지했던 젊은 음악가로서 톨스토이의 사극 ‘황제 보리스(16세기 제정 러시아 보리스 고두노프 황제)’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35세에 사망한 칼리니코프는 2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이 음악은 1번 교향곡이다. 슬라브 특유의 리듬과 화성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akXOkE2G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