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이 찍어 준
3학년 졸업 사진

by 김준식

졸업생 앨범 사진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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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학년은 나와 같은 해에 이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다. 정확히는 나보다 반년 먼저 입학했으니 내 선배들이다. 그 아이들이 졸업을 한다 하니 내가 그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고 싶었다. 물론 작년 아이들도 앨범을 내가 직접 만들어 주었지만 지금 3학년 아이들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문제라면 지금 3학년 아이들은 무력증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만사가 시들하고 귀찮은 상태라는 것이 아이들 표정에서 역력하다. 수업을 들어가시는 선생님들도 한결같이 걱정을 하신다. 아무것도 재미없어하는 무력증 앞에 30년 경력의 선생님들도 묘책이 없다. 내가 하는 철학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모둠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뭘 쓰거나 아니면 질문을 하는 시간에도 별 다는 반응이 없다. 아마도 지금 시기가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니 아이들이 좋은 표정을 지을 리 만무하다. 어르고 달래서 사진을 찍었는데 거의 오후를 소진했다. 조명을 비추니 거부감이 심해 애써 빌린 조명을 끄고 카메라 노출을 밝게 해서 촬영했다. 재미있는 표정도 나올 법 한데 아이들 표정이 난감하다.


이유를 생각해본다. 무엇보다도 이 아이들에게 무력감을 심어 준 것은 교육이다. 초, 중 9년이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 가정의 역할도 없지는 않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바로 내가 있는 학교에 그대로 있다. 물론 어느 집단이나 활력 있고 유능한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이 많은 곳에 있어 본 경험도 있다. 그 아이들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방향만 알려주어도 곧잘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방향도 방법도 심지어 하나씩 수행 과정도 알려주어야 한다. 사실 이것이 교육일 수 있다. 잘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부터 삶의 방향, 그리고 방법과 수행 과정조차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참모습일 수 있다. 문제는 교사의 시간과 정성, 그리고 인내심이다. 참고 견디면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이 분명하다는 강력한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는 그리고 우리 국가는 그리고 세상은 늘 조바심을 낸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더 걱정이 된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제발 저 무력증이 사라져 버리기를 빈다.


오후 내내 사진을 찍힌(?) 아이들에게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더니 그저 피식 웃는다. 사실 내가 엄청 고생했는데(장비 빌리고 사진 찍는다고)...... 나에게 고생하셨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아이도 한 명 없다. 살짝 서운하다. 그러다가 돌이켜 보니 아이들이 사진 찍어 달라고 했나? 내가 스스로 한 것이니 다 내가 짊어질 일이다. 그렇게 아이들과 나는 또 하나의 과정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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