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껍질을 벗기며

by 김준식

剝時中(박시중) 시간의 껍질을 벗기며


冷然心境中*(냉연심경중) 마음이 찬 기운 속에 있으니,

萬事過寂寥 (만사과적요) 모든 일이 쓸쓸해 보인다.

諸物都靜安 (제물도정안) 사물은 너무나 고요한데,

唯我隙界沒 (유아극계몰) 나만 경계 사이에 빠져 있구나.


2021년 11월 23일 아침나절. 기온이 낮아졌다. 11월 초에 짓고 거의 스무날이 지난 오늘, 비로소 다시 짓는다. 그 사이 짓지 못함에 많은 변명이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변명이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가다듬는다. 아름다운 세계와 고통의 세계는 늘 공존한다. 제목이 이즈음의 내 마음을 잘 말해 준다. 그야말로 시간을 다만 벗기고 있다.


* 劉禹錫(유우석, 772~842)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다. 자는 夢得(몽득)이다. 그의 시를 차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