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근심함.

by 김준식

無聲之中獨憂*(무성지중독우) 소리 없는 가운데 홀로 근심함


晦月僅繫東 (회월근계동) 그믐달 겨우 동쪽에 매달렸는데,

閒中無事用 (한중무사용) 한가로우니 일삼을 것 없다.

非巧亦無智 (비교역무지) 재주도 없고 지혜는 더욱 없는데,

心有沬薄傛 (심유매박용) 마음속에는 온갖 근심만.


2021년 12월 2일 이른 아침. 아침을 먹다가 창을 보니 아직은 어두운 가운데 산 넘어 붉은 기운이 비친다. 창을 열고 내다보니 음력 10월 28일 그믐달이 이제 떠 올라 동쪽 하늘에 걸려 있다.


나 역시 세상에 사는 이유로 이런저런 세상 일에 마음이 쓰인다. 나로부터 비롯된 일이 아님에도 내 일처럼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정작 나의 일에는 무덤덤해지기도 한다. 인지상정이다. 한가롭다는 말은 길게 편안한(閑)것이 아니라 잠시 여유(閒)를 말한다. 閑과 閒의 차이다.


2021년 마지막 달을 시작하며 마음의 모습을 보니 희미하고 얇은 근심이 가득하다.


* 『장자』 ‘天地(천지)’에 이런 이야기가 등장한다. “새벽빛을 보며 정적 속에서 홀로 커다란 和音을 듣는다.” 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장자’와는 달리 새벽 빛을 보며 홀로 근심한다. ‘장자’가 살던 시절보다 지금이 더 혼란스러운 지도 모르겠다.

keyword